착한 판사, 나쁜 판사/류기인/펜타글/1만8000원
소년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때마다 논쟁은 두 갈래로 나뉜다. 소년법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과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된다.
창원지방법원 소년부에서 5년째 소년사건을 맡고 있는 저자 류기인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처벌이 센가, 약한가’가 아니다. “이 아이를 지금 어디에 두어야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소년재판에서 ‘착한 판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이들에게 착한 판사는 소년원에 보내지 않는 판사일 수 있다. 반면 피해자와 시민에게는 엄한 처분을 내리는 판사가 착한 판사일 수 있다. 같은 결정을 놓고도 누군가는 선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한다. 그가 소년재판을 통해 깨달은 것은 ‘선처’가 언제나 아이를 위한 선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처음 소년부 업무를 맡았을 때만 해도 저자는 소년원 송치를 의미하는 10호 처분은 가능한 한 아끼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기회를 얻고도 더 큰 범죄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법정에서 울고 사과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 아이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이해’와 ‘방임’은 다르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큰 비행으로 나아가기 전에 단호하게 멈춰 세우는 것,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연습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 저자는 이를 ‘냉정한 선처’라고 부른다.
책은 법정에서 내려지는 처분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삶이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법정 밖에서 청소년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보호시설 청소년들과 함께 시집을 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저자는 “소년재판은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법정에서 내려진 결정이 아이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이후 아이가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누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까지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