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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모폰상 영예의 주인공은 어떻게 선택되는가 [이상권의 카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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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드’ 숏리스트가 최근 공개됐다. 클래식 음악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한 연주자와 그들이 선보인 음반들이다. 이 명단에 포함된 연주자와 음반사들은 앞다투어 소셜 미디어에 소식을 전하며 자축하기 바빴다. 이 상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지니는 권위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더불어 이 상을 향한 관심이 커진 만큼 심사 방식을 두고 여러 흥미로운 추측들이 엇갈리는 것을 보았다.

 

평론가로서 이번 어워드에 한국인 최초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덕분에 공식 발표 전부터 이 명단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간의 일부 추측처럼 특정 레이블의 영향력이나 시장의 화제성, 혹은 소수 편집진 입김이 개입할 틈은 견고한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4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그라모폰 상 수상 모습. 그라모폰 제공
2024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그라모폰 상 수상 모습. 그라모폰 제공

1977년 제정되어 ‘클래식 음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그라모폰 어워드의 절대적인 권위는 오직 예술적 성취만을 평가하는 다층적인 심사 시스템에서 나온다. 1라운드 투표 전에는 철저한 사전 심사 단계가 있다.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1년간 이 매체가 다룬 앨범 리스트를 카테고리별로 심사위원들에게 우선 보여주고, 리스트에 없지만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 추가 신청을 받아 후보군을 촘촘히 완성한다.

 

이렇게 1라운드 예선에 오른 음반들이 정해지면,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주로 리뷰해 온 부문에서 2라운드 진출작을 선정한다. 나는 실내악, 피아노, 협주곡, 오케스트라 부문에서 추천 앨범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력 추천 앨범이 있다면 그 사유를 명확히 적어 내야 한다.

 

이러한 투표와 논의를 거쳐 부문별 6장을 선정한 2라운드 진출작인 숏리스트가 확정된다. 투표 참여자들의 진짜 고행은 이때부터다. 여기서부터는 참여자 전원이 11개 부문 전체를 빠짐없이 듣고 평가하게 된다. 방식도 만만치 않다. 부문마다 최고의 한 장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6장 전부에 순위를 매겨 마지막 순위까지 엄격하게 차등 점수를 배정해 합산하는 구조다.

 

다행히 그라모폰 평론가들은 주요 레이블 신보를 매달 대중보다 먼저 받아 들으며 리뷰할 음반을 고르기에, 절반 이상은 이미 귀에 익은 음반이었다. 그래도 한 달 넘게 후보작들을 비교해가며 들었다. 첫인상은 좋았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단점이 더 잘 보이는 앨범이 있고, 반대로 처음엔 무던했으나 듣다 보면 연주자의 진가와 앙상블의 매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앨범도 있다. 결국 그라모폰의 최종 선택을 받는 앨범은 이 혹독한 반복 청취의 무게를 견뎌낸 작품들이다.

 

투표에 참여하며 체감한 것은 이 상이 지닌 철저한 독립성이다. 매달 그라모폰 지면을 채우는 개별 리뷰가 담당 평론가 한 사람의 몫이고, ‘이달의 음반’이나 ‘에디터스 초이스’가 편집진의 선택이라면, 어워드는 이 둘의 단순한 연장선이 아니다. 최종 수상작은 전체 평론가와 관련 전문가 그룹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투표로 결정된다. 그렇기에 평소 편집부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음반이 수상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사적인 취향이나 매체의 성향에 기대는 대신, 수많은 전문가의 귀를 거쳐 까다로운 교차 검증을 이뤄낸 결과인 셈이다.

이상권 음악평론가
이상권 음악평론가

이번 숏리스트에는 한국 연주자의 이름도 보인다. 2024년 최초로 피아노 부문과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함께 받았던 임윤찬이 올해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피아노 부문에,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망명의 메아리’로 기악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종 결과는 올해 투표에 참여한 나 역시 아직 모른다. 수상작은 10월 7일 런던 시상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초청장은 받아 두었지만, 개인 일정으로 참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국 연주자의 이름이 호명되고 축하 무대가 이어진다면, 그 순간만큼은 객석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불참 통보를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권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