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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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성’ 의협 차기 회장이 의·정 갈등 해소의 가장 큰 걸림돌

임현택 “의대 증원 백지화해야 협상”
극단적 성향·잇단 막말로 사태 악화
영수회담서 증원 공감·해법 나와야

의·정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인다.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이 초강성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어서다. 그는 어제 의협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한국 의료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데도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의료개혁이라며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하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건 의·정 갈등이 아니라 정부의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하루빨리 국민과 의료계에 사과하라”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원점 재검토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안하무인 격 오만이 끝이 없다.

 

임 회장은 의협 내 대표적인 강경파라 의·정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공감하는 국민이 압도적인데도 그는 “오히려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당선됐다. 그제는 “정부가 의대생들을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남은 건 파국뿐”이라고 엄포를 놨다. 지난 23일에는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 조규홍(복지부 장관)이 설치고 있어 사태 해결에 걸림돌”이라며 “이자들을 하루속히 치워야 한다”는 막말을 했다. 극단적인 성향이라 의사들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의·정 갈등 해소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임 회장’이란 말이 나오겠나.

 

그가 취임하면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의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의·정 갈등 초기부터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의사 총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개원의들까지 동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임 회장의 막무가내 행태를 내버려둘 건지 의료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임 회장은 이제라도 환자·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국민으로부터 고립만 심화할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바란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가 의사들 불참으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다. 오늘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공감과 해법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보다 더 시급한 민생 문제도 없지 않나.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놓는다면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