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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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참패 일본 자민당…“정권교체 비현실적 목표 아냐”

“다음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내걸어도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28일 일본 3개 지역(도쿄15구, 시마네1구, 나가사키3구)에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각료 경험자가 요미우리신문에 밝힌 평가다. 세 곳 모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이겼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으로선 ‘보수 왕국’으로 불리는 시마네에서 패배한 것이 뼈아프다. ‘정권 퇴진 수준’이라는 20%의 지지율에 갇힌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29일 일본 언론은 일제히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은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파문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투표 전날인 27일 시마네현을 두 번째 방문해 반전을 노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거의 얼굴’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미우리는 “보궐선거는 재임 총리의 인기, 정권의 안정성을 표시하는 바로미터”라며 “패배를 계기로 총리가 퇴진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짚었다. 2021년 4월 중의원, 참의원(상원) 보궐선거와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 지고 5개월 후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올해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기국회가 종료될 즈음 중의원을 해산한 뒤 총선을 열어 승리하고, 총재에 재선돼 정권을 이어가는 ‘베스트 시나리오’를 그렸으나 낮은 지지율에다 보선 패배로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졌다. 자민당 내에서도 중의원 해산 신중론이 강해지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총리 주변에서도 ‘중의원 해산은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총리의 해산권 행사는 극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재선 시나리오를 그리지 못하는 기시다 총리가 최종적으로 총재 선거에 입후보 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당장 기시다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은 없으나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주자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요미우리는 “(총재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고로 다로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궐선거 승리로 기세가 한껏 오른 입헌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끝날 즈음인 6월말 내각불신임결의안 제출을 검토하는 등 기시다 정권과의 대결 구도를 한층 강화해 갈 태세다. 특히 비자금 파문 재발 방지책으로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에 대해 자민당이 소극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즈미 겐타 대표는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의 개혁안은 기대에 완전히 어긋난 것”이라며 “자민당의 정치 개혁 법안이 진행되지 않는 것 같으면 (중의원) 조기 해산을 요구해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미우리는 “입헌민주당은 정치자금 파티 전면 금지, 기업·단체 정치자금 제공 폐지 등을 내세우며 개혁에 신중한 자민당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