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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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생활물가 잡으려면

곡물·원유가격 올라 연쇄 파급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해야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는 7월 중 1.5% 상승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생산자물가지수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식품가격은 그 상승폭이 크게 높아지면서 서민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과 비교해 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나 식품물가는 우리나라가 더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식품물가가 이렇게 오르고 있는 이유는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고 주춤하던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다. 생산원가가 높아지면서 식품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유통구조에 있다. 우리의 낙후된 농축산물 유통구조가 식품가격을 높이고 있다. 비효율적인 유통과정에서 유통마진이 커지면서 생산지보다 판매지에서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소비자는 높은 식품가격을 부담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면서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 국제원유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 예상되고, 이상기후로 곡물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과도하게 늘어나는 국제유동성으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보면 식품물가를 포함한 생활 물가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수입을 확대해 식품가격 상승을 막아야 한다. 농지가 협소하고 대부분의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농축산업은 생산원가가 외국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국제곡물 가격과 원유가격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오를 경우 식품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농축산물에 있어 비교우위가 있는 외국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수입관세를 내리거나 환율을 내려 생산원가를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관세를 내려서 수입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환율을 낮추면 수출이 감소할 수 있으며,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크게 낮출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정책수단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다음으로, 농축산물의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산품은 대기업이 전산화와 유통단계를 단축해 소비자가격이 안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농축산물은 아직도 다단계 유통구조로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높으며, 공급 채널이 현대화되지 않아 많은 비효율이 존재하고 있다. 유통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이익집단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그리고 농림수산부에 분산돼 있는 유통 관련 정부조직을 총괄하는 조직을 만들어 유통구조를 개선해 농축산물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물가상승 기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유동성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 복지수요가 늘어나고 외국에서 자본이 유입되면서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게 되고 서로 가격 올리기 경쟁을 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줄여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최근 경기 침체로 물가하락, 즉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록 지표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는 낮아져도 생활 물가인 식품가격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에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비용상승형 물가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생활 물가 상승은 서민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으로 연결돼 우리 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식품가격을 포함한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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