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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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늘로 솟았나…" 사형수 '증발' 소동

법무부, 58명을 59명으로 잘못 집계
2년간 모르다 뒤늦게 정정 해프닝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올 들어 미집행 사형수 1명이 법무부 관리대상 목록에서 갑자기 사라져 ‘실종 사형수’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실종 사형수는 애초부터 없었다. 해프닝은 어이없게도 법무부가 통계기록을 잘못 작성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2년간이나 잘못된 통계를 미집행 사형수 공식기록으로 사용하다 논란이 일자 이런 사실을 외부에 숨긴 채 슬그머니 통계를 고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우리나라 미집행 사형수는 ‘58명’이라는 내용의 국감자료를 김 의원에게 제출했다.

김 의원 측은 이 자료에 의문을 가졌다. 2012년 법무연감에는 분명 지난해 말 현재 미집행 사형수가 59명으로 기록돼 있는데, ‘실질적 사형폐지국’(사형제가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없는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올 들어 사형수 1명이 줄어든 점을 납득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형 집행이 1997년을 마지막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올 들어 사면이나 감면·감형을 받은 사형수가 없다.

확인 결과 실종 사형수 1명의 존재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잘못된 숫자를 국가 공식기록인 법무연감에 버젓이 기재하다가 뒤늦게 고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흉악 강력 범죄를 저질러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의 숫자 파악조차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사형제도가 운영되지 않으니 사형수 관리도 소홀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49년부터 지금까지 총 920명을 사형 집행했다. 1997년 12월30일 23명의 형을 집행한 이후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가 인정하는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원춘 사건과 김길태 사건 등 반인륜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