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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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의 체스’ 컬링, 금빛꿈 키운다

태릉선수촌 전용경기장 개장
빙질 등 세계대회 수준 유지
선수들 전체 기량 향상 기대
“정말 달라요. 이 정도면 국제대회 수준의 빙질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요.”

지난 23일 오후 7시. 서울 공릉동의 태릉선수촌에는 전국 7개 시·도에서 몰려든 컬링 선수 40여명이 빙판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해가 떨어진 뒤였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열중이었다. 국내 최초로 개장한 컬링 전용경기장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 컬링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닦을 새 터전을 마련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지난 18일부터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내에 설치하기 시작한 컬링 전용 시트 5개가 완성돼 이날 처음 선수들을 맞이했다. 국제스케이트장 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과 공간을 나눠쓰지만 빙판이 컬링 전용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동계체전에 대비해 전국 7개 시·도 컬링 선수들이 23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 마련된 컬링 전용경기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동계체전에서 컬링은 2월13∼16일 사전 경기로 열린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제공
컬링 시트 5개가 개설되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빙질 개선이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로 불릴 정도로 머리싸움이 중요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작전대로 스톤을 굴리고 조절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제대로 된 빙질이다. 하지만 그동안 컬링만을 위한 빙상장이 없었던 탓에 평소 스케이트장으로 운영되는 빙상장을 한시적으로 개조해 이용해왔다. 축구로 따지면 잔디구장 없이 맨땅에서 뒹굴고 깨지면서 훈련한 뒤 대회에 나서는 격이었다.

이번 컬링 경기장이 완성되기까지는 아이스메이커인 더그 라이트(62·캐나다)의 공도 컸다. 20년 넘게 국제대회 컬링 시트를 제작한 라이트는 컬링 빙판이 다른 종목과 다른 점으로 빙면과 온도를 꼽았다. 그는 “스케이팅이나 아이스하키를 위한 빙면은 가운데가 오목한 형태지만 컬링의 빙면은 절대적으로 평평해야 한다. 또 일반 빙상장보다 온도가 2도 정도 높게 해야 제대로 된 빙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2년간 한국에서 일하면서 연맹과 선수들의 발전된 모습을 지켜봤는데 앞으로 성장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훈련하던 선수들 중에서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4강의 위업을 달성했고, 국내 대회인 회장배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경기도청의 김지선(26)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와 비슷한 빙질이어서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 선수들 전체의 기량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