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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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女보며 '자위행위'…강제추행 아니다?

연예인 매니저인 A씨는 지난해 9월14일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출근하던 B씨(여)를 발견하고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가 몰래 자위행위를 했다.

이를 발견한 B씨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지만, A씨는 문을 가로막고 서서 B씨의 눈을 응시하며 행위를 계속했다. B씨가 물건을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지르는 등 저항하는 바람에 변태적인 소동은 30초만에 끝났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에서 쟁점은 물리적 접촉 없이 피해자를 응시하며 음란행위를 한 혐의가 강제추행죄 성립에 요구되는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쳐다보기만 했을 뿐 피해자에게 다가가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폭행·협박을 통해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힘을 가한 정황이 없어 강제추행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자위행위를 강제로 보도록 하거나 위협적인 언행을 하지도 않은 점, 피해자가 문고리를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자 곧바로 도망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저지른 다른 4건의 성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5년에 정보공개 6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과 치료 감호를 선고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