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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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함정에 30년된 고물 76mm 함포 장착

해군 고속정사업 ''엉터리''
"선진국선 이미 도태 기종…예산만 낭비"
해군이 차기 고속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절감’을 이유로 사용된 지 수십년이 지난 구형 함포를 고속정에 달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해군에 따르면 해군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6999억원을 투입, 구형 고속정(PKM)을 대체하는 차기 고속정(PKX) 42척의 국내 건조사업을 추진 중이며, 오는 2007년 1번함이 전력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해군은 차기 고속정에 도입된 지 30년이 지난 구형 76㎜ 함포를 장착키로 결정, 신형 함정에 고물 함포를 달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차기 고속정 건조사업은 1999년 연평해전 당시 북한 해군 고속정과의 충돌 등으로 고속정 선수에 구멍이 뚫리고, 2002년 서해교전 때는 북한 고속정의 함포 사격에 우리 고속정 ‘참수리호’가 침몰하는 등 피해를 입은 뒤 북한 고속정에 대응하기 위해 결정된 사업이어서, 구형 함포 장착은 당초의 사업목적을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76㎜ 함포는 주로 수명이 다한 구형 호위함이나 초계함 등에서 떼어낸 것으로, 7.5t에 달하는 무게에다 부피까지 커 분당 최대발사량이 고작 80발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사거리도 8㎞에 불과하고 목표물에 대한 탄착점 분산도가 커 명중률이 낮은 문제점도 갖고 있다.
또 함정의 최후 방어사격을 위한 CIWS(closed in weapon system) 기능 수행이 어렵고, 전자 감시장비 및 포구속도 측정 레이더 기능이 없는 고물 함포라는 것이다. 특히 단일 탄종으로 대공, 대함, 대지 및 고속정 표적까지 모든 표적의 제압이 가능한 ‘3P탄’ 사용이 불가능해 표적에 따라 탄종을 교체해 사격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이미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도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관계자는 “예산절감을 위해 재생 76㎜ 함포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군 관계자는 “함포를 재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다한 호위함이나 초계함 등에서 떼어낸 구형 함포를 문당 25억원의 돈을 들여 재생, 차기 고속정 주포로 쓴다는 것은 해군의 현대화 방침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차기 고속정은 400t 규모에 40노트의 속력을 낼 수 있으며, 76㎜ 함포 1문에 40㎜ 함포 1문, 대유도탄 기만체계 1조, 하푼(H/P) 미사일 4발을 탑재, 승조원 36명이 승선할 예정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