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망언·신사참배 日의원 환대하는 한국

‘야스쿠니 모임’ 누카가 의원 방한, 국내 대학서 명예박사 학위 받아
이병석·황우여 만나 우호 증진 논의
정부, 전체 참배자 명단 확보 못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국회의원을 만나 한·일 우호를 논하는 우리 정치인의 속없는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병석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23일 용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방한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모임’(야스쿠니의원모임) 소속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본 중의원 의원을 만나 한·일 우호 방안을 논의했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오른쪽)이 23일 국회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중의원 의원과 환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위청·경제기획청 장관과 재무상을 역임한 누카가 의원은 한일의원연맹의 카운터파트인 일한의원연맹 회장이자 일본 우익단체인 일본회의국회의원간담회, 야스쿠니의원모임 소속이다. 2000년대 들어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을 주도하며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의 길을 선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특사로 방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하기도 했다.

그를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만난 황 대표는 25일 통화에서 “이번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공개한 참배 의원) 명단에 안 들어 있던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카가 의원이 야스쿠니의원모임 소속인지) 사전에 알았으면 (이를 지적하는) 한마디를 할 걸 그랬다”고 했다. 한일의원연맹 박정호 사무총장은 “누카가 의원이 주변의 부탁으로 야스쿠니의원모임에는 소속됐으나 최근 몇 년간 참배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일본 우익 정치인은 한국 측 인사 앞에서는 한·일 우호를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망언을 하거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등 과거 침략사를 부인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의원모임 소속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총무회장은 15일 야스쿠니를 참배한 뒤 22∼24일에는 무라야마(村山)담화(식민지 지배·침략을 반성한 담화)를 재확인한 성명을 채택한 한·일포럼에 참석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 행사에는 공동회장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정치인, 전직 관료 등 한국 측에서 34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우리 정부나 국회가 야스쿠니신사 참배 의원의 전체 명단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일본 인사의 반한적인 성향이나 언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강창희 국회의장, 박병석 국회부의장을 잇따라 만나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거론한 강 의장에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망언을 한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참의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고노이케 의원의 방한단에는 일한협력위 차세대 지도자이자 야스쿠니의원모임 소속인 가네코 요이치(金子洋一) 참의원 의원도 들어있다. 가네코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는 드물게 지난 15일 야스쿠니를 참배해 남 의원이 공개한 13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김청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