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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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국인, 태풍 친 바다서 해초 먹으며 40시간을…

필리핀을 여행 중이던 한국인 1명과 현지인 4명이 선박 전복으로 무려 40시간 가량을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구조됐다.

한국인 관광객 A(25)씨를 포함한 가족들 4명은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현지의 소형 어선에 탑승했다. 

주변 해역은 태풍 '카지키'의 접근으로 항해주의보가 발령됐으나 다음날 항공편을 타야했던 A씨 가족들은 현지 어선 선장 스팀슨 수엘로에게 4500 페소(10만7000원)의 요금을 주고 동부도시 다나오까지 배를 운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A씨의 가족과 함께 현지 주민까지 총 8명을 실은 배는 다나오를 향해 떠났다. 그러나 어선은 강풍과 거친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바다 한가운데서 전복됐다.

바다에 빠진 승객들은 선체를 붙잡은채 추위와 공포 속에 밤새 떨어야 했다. 다음날 오전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다른 소형 어선은 이들을 발견하고 A씨의 형(27)과 부모 등 3명을 먼저 구조했다.

그러나 비좁은 선체로 이들을 모두 태울 수 없어 해얀경비대 측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이에 해경은 즉시 구조선박을 출동시켰으나 A씨 일행을 찾지 못했다.

한편 태풍이 치는 바다에서 표류에 들어간 A씨 일행은 해초류 등으로 배고픔을 이겨내며 이틀 밤을 버텼다. 체력이 한계에 달한 다음날 오전 7시, 인근 해역을 지나던 어선 2척이 A씨 일행을 발견하고 이들을 구조해 40시간에 걸친 공포의 시간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A씨가 구조된 이후 선장인 수엘로씨가 A씨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나섰다. 그가 항해 도중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선체가 전복됐다는 것. 그는 표류하던 중 A씨가 손전등으로 자신을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현지 경찰과 협력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