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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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탈출 용이한 5층 묵고도 제자 구하려다 희생

아래층과 분리… 구조 가능성 높아
사고나자 학생 구하러 내려간 듯
수학여행 길에 참변을 당한 경기 안산 단원고의 2학년 교사들이 탈출에 용이한 선박의 맨 꼭대기층에 묵고도 상당수가 생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에 처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희생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2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세월호 객실 배치도와 단원고 선박 배치표에 따르면 수학여행에 동행한 교사 14명 중 8명은 선박의 꼭대기층인 5층 객실에, 6명은 4층 객실을 배정받았다.

5층 객실은 세월호 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로열룸으로, R-1방에는 첫날 구조된 이애련 교사가 배정됐다. 작은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둔 R-2방에는 김소형(구조) 교사와 이지혜(실종) 교사, 17일 숨진 것으로 확인된 최모 교사가 배치됐다. 옆방인 R-3은 실종된 유니나(1반 담임)·전수영 교사(2반 담임)와 숨진 채 발견된 김모 교사의 방이었다. R-5에는 구조된 뒤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이 배정됐다. 실종된 이해봉·김응현·고창석 교사와 숨진 남모 교사는 학생들과 같은 층인 4층 패밀리룸(F-2)에, 실종된 박육근·양승진 교사는 옆방(F-3)에 묵었다.

로열룸은 세월호의 맨 위층으로, 비행기의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처럼 일반 승객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계단 입구가 줄로 막혀 있다. 선박이 침몰하기 전 사진을 보면 계단 입구에는 “이곳은 로열룸 이용 승객 전용 공간으로 무단 출입 시 승무원의 별도 승선권 확인 후 요금을 부과 조치토록 하겠습니다”라는 선장의 경고문구까지 걸려 있다. 아래층과 명확히 격리돼 있다는 점에서 이곳에만 있었다면 구조됐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5층에 묵은 8명의 교사 가운데 구조된 사람은 단 3명뿐. 나머지 5명은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는 교사들이 선박이 이상 징후를 보이자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4층 객실로 내려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반 담임이었던 최모 교사는 당시 SNS를 통해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올리고 학생 10여명을 구출한 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7반 담임이었던 이지혜 교사 역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실종됐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측 선수 부근 객실을 배정받은 7반은 학생 33명 가운데 9%만 구조돼 가장 낮은 구조율을 보였다. 학생들과 같은 층을 쓴 이해봉(5반 담임)·고창석(인성생활부) 교사도 학생들을 구조하다 실종됐다고 생존자들은 전했다. 6반 담임이었던 남모 교사도 침착하게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끝까지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