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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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웃음 잃은 아이들' 슬픔 딛고 첫 등교

학생들, 교사에게 먼저 안부 물어
"어른들이 안 구했다 생각" 회복 필요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학교에 오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후배들을 잃은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사고 이후 처음 등교한 24일 오전 8시께. 학교 앞에서 2년째 등굣길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안산시 실버안전지도원 배모(75)씨는 "매일 보던 아이들이었는데 그렇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이렇게 말했다.

등굣길에서 만난 학생들의 표정은 무겁고 담담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은 여느 때와 같았지만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는 온데간데 없었다.

몇몇 학생들의 가슴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 리본'과 실종자들이 기적같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이날 발인을 마친 후배들의 운구행렬이 학교로 진입하자 예의를 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일부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견디는 모습이었다.

"어서 와. OO야" 학교 교사 2명과 귀가지도원 2명 등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는 부모들도 더러 있었다. 한 학부모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도 깨닫고 있는 것 같다"며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지난 16일 사고 뒤 휴교령이 내려진 지 8일만에 등교한 학생들은 3학년 재학생 505명 가운데 480명. 도교육청은 희생자 유가족 5명과 장례식에 참석한 18명, 병가를 낸 2명 등 25명이 학교에 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1교시 조회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2~3교시는 충격을 겪은 학생들의 심리를 치유하기 위한 질의응답식 교육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전문의 180여 명과 심리치료 전문상담사 50여 명으로 구성된 교육부·도교육청 회복지원단이 참여했다.

이날 단축수업은 4교시 학급회의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김학미 3학년 학년부장은 수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학생들이 오히려 교사들을 위로하고 걱정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 가슴이 뭉클했다"며 "교실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어 주면서 우리는 함께 고통을 치유해 가고 있다"며 울먹였다.

정운선 학생건강지원센터장은 "학생들은 세월호 침몰 전 어른들이 아무런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인지하고 있다"며 "어른들에 대한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교는 25일부터 교과수업을 재개한다. 1~4교시 일반 교과수업을 진행한 뒤 5~6교시에는 심리치료 상담을 할 예정이다.

28일부터는 1학년생들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이 등교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홍현주(44·여)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당장 학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진 않겠지만 등교해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대화하는 것이 정신적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상담심리치유센터 ▲교육과정지원단 ▲행정공보지원단 등으로 구성된 회복지원단을 꾸려 단원고에서 운영 중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