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측 대응지침 있었나...선원들은 범죄 은폐 가능성도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직후 선장 이준석(69·구속)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수사본부는 이씨가 사고 시각인 16일 오전 8시54분쯤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수사본부 조사에서 침실에 있었다고만 진술할 뿐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이씨가 사고 발생 직후 선주인 청해진해운 본사와 전화 연락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객선 침몰 순간에 선장이 전권을 쥐고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관례가 세월호에도 그대로 적용됐을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20년 경력의 한 선장은 24일 “통상적으로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선주 측에 연락해 지시를 받는다”며 “선장이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선주 측에 보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부는 이날 수사관을 인천항에 파견해 청해진해운의 대형여객선인 오하마나호를 압수수색했다. 세월호와 비슷한 이 여객선의 승객 구조 장비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합수부는 특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위해 세월호의 입체 동영상과 실물 모형을 제작, 공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조된 선박직 선원 15명은 사고 당일부터 구속되기까지 4일간 전남 목포 죽교동 한 모텔에서 함께 투숙했다.문제는 수사본부가 유기치사 등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었는데도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고 당일 선장 이씨가 수사본부에서 1차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모텔로 돌아와 선박직 생존자들과 승객들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범죄를 은닉하거나 입맞춤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선원들은 수사본부 조사에서 한결같이 이씨가 퇴선명령을 내렸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수사 초기에 수사본부가 선박직 생존자들의 허술한 관리로 이들이 사고상황을 은폐하는 시간을 주는 바람에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기관사 등 4명 영장심사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기관사 손모(57)·이모(25·여)씨, 조기수 이모(55)·박모(58)씨 등 4명이 24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
합수부는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대응과 구조 작업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경 공무원 등을 조사할 방침을 시사해 관심이 집중됐다.그동안 사고 후 해경이 승객들이 갖혀 있는 선실 내부에 들어가 구조작업을 펴지 않은 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었다. 합수부 총괄책임자인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17일 수사본부를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사고 원인과 사고 발생 후 구조 상황을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며 해경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초기 대응과 구조 과정의 문제점이 없었는지 해경을 상대로 수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예상보다 적게 승객을 구해 해경 등의 책임론이 대두했지만 수사본부 측은 함께 수사하는 주체를 당장 수사하는 데 난색을 표했다.
목포=한현묵·이희경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