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57·사진) 세한대 바둑학과 교수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인공지능 바둑이 9줄 바둑에서는 인간을 이겼다는 보고가 있지만 19줄 바둑에서는 6점 ‘접바둑’을 해야 컴퓨터가 겨우 프로 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는 수준”이라며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려면 학자마다 10년에서 50년까지 다양하게 예상하고 있으나 40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대 과학의 엄청난 발전에도 바둑의 정복이 요원한 이유는 우주의 크기와 맞먹는 바둑의 ‘복잡성’ 때문이다. 게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의 수를 의미하는 ‘게임 트리(Game-tree)’의 복잡도가 체스의 ‘10의 452승’배에 달한다. 이 교수는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하더라도 같은 게임이 단 한 번도 나올 수 없다는 뜻”이라며 “복잡한 정도가 마치 우주의 크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바둑의 신비를 풀기 위해서 인공지능 기법인 인공신경망, 강화학습, 진화연산 등의 최신 기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수학·과학 기법으로 풀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수학 이론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인류가 정복해야 할 마지막 게임인 바둑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낸다면 필즈상뿐만 아니라 수학과 관련한 그 어떤 상도 수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이 교수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바둑 속의 수학’을 강의한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이창호 유창혁 서봉수 박지은 9단과 김효정 2단 등 프로기사 5명이 각자 세계적인 수학자 6명을 상대로 동시에 바둑 대결을 벌이는 ‘다면기(多面棋)’ 대결을 펼친다.
필즈상 꿈꾸는 수학 영재들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과학영재, 미래 필즈상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 특별행사에서 고교생들이 세계적 수학자인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황 교수는 이날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에서 직업 수학자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들려줬다. 연합뉴스 |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일에 종사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일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건너간 뒤 인공지능 바둑 개발에 뛰어든 이 교수는 한국 바둑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 바둑과 관련된 영화 ‘스톤’이나 ‘신의 한 수’ 등이 등장하면서 바둑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바둑의) 종주국은 중국이지만 실력은 우리가 최고이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콘텐츠화할 수 있어 꾸준히 교육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