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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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육상 도핑 파문 관련 고위인사 잇따라 사망

지난해 말 불거진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광범위한 도핑(금지약물복용) 파문에 연루됐던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전 지도부 인사들이 잇따라 숨져 사인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전 RUSADA 집행이사 니키타 카마예프가 14일(현지시간) 5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측근들은 카마예프가 스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뒤 가슴 통증을 호소해 응급차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고 전했다. RUSADA 공보실은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RUSADA 회장직 대행 안나 안첼리오비치는 카마예프의 사인과 관련해 “뜻밖의 일이다. 그는 심장 문제를 호소한 적이 없고 아픈 적도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카마예프는 2011년 3월부터 RUSADA 집행이사를 맡아오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 파문이 거세지면서 다른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사임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RUSADA의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뱌체슬라프 시녜프가 51세의 나이로 숨졌다. 시녜프는 RUSADA가 창설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조직을 이끌었다. 그의 사인도 심근경색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역시 도핑 파문으로 해임됐던 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 소장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떠났다. 이에 앞서 부소장 티모페이 소볼레프스키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핑 파문에 연루됐던 러시아 고위인사들의 잇따른 죽음과 해외 도피가 도핑 사건과 모종의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해 11월 반 도핑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광범위하게 도핑을 했으며 도핑검사기관인 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의 일부 의사와 직원들이 선수 코치와 공모해 조직적으로 도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위원회는 러시아 스포츠부가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했고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까지 도핑에 개입하는 등 조직적 반도핑 규정 위반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모든 러시아 육상선수의 올림픽 등 국제 육상대회 출전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징계 조치를 내렸다.

모스크바실험실은 폐쇄됐으며 RUSADA의 자격도 잠정 중지됐다. RUSADA는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에 자국 육상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강력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