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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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같던 알파고도 약점 있었다

프로기사들 “넓은 중앙 취약” 한목소리
/IT전문가들 “확률 계산서 실수한 듯”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알파고의 약점이 노출된 것일까. 그 약점을 파고들면 또 한 번의 승리는 가능할까. 13일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면서 알파고의 약점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알파고가 두는 바둑의 허점, 기계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들이다.

프로기사들은 중앙을 알파고 바둑의 취약 지점으로 꼽았다. 프로 6단인 김찬후 AI바둑대표는 “중앙의 넓은 공간에서 알파고가 약점을 보였다”면서 “넓은 공간에서 난전이 펼쳐졌을 때 이기는 수를 찾지 못하고 당황했다”고 분석했다. 이다혜 4단 역시 “알파고는 중앙이 약한 것 같다. 중앙은 기사들도 잘 모르고 정답이 없어 ‘미지의 세계’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확률 계산에서 실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도의 계산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좋은 것을 고르지 못할 확률’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알파고는 확률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이고 지금까지는 계산이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률 계산이 잘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계산을 통해 확률이 높은 수를 두지만 잘 모르는 부분은 확률을 통해 선택하는데 잘못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알파고가 최상의 계산을 했지만 이번에 실패한 것은 기계로서의 한계”라며 “100%를 맞추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갖고 최대한으로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주대 최대선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알파고가 두어야 할 수의) 10개 후보군을 뽑는다면 90%까지는 좋은 후보를 걸러낼 수 있지만 10%는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찬후 대표는 경기 중반 알파고가 시도한 특이한 수는 “일종의 버그”라고 규정했다. 그는 “알파고는 바둑판 전체의 큰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할 때 실수를 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 9단이 4국에서 알파고 집 안에서 수를 내는 전법을 구사해 이 부분을 제대로 공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알파고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도 알파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경기 도중 트위터에 “알파고는 79수에서 실수를 했다. 하지만 87수가 되어서야 실수를 알아챘다”는 글을 올렸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