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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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업계 2위 오뚜기가 사리면에서 1등 하는 이유는?

오뚜기, 관련시장 점유율 80% 넘어 독보적 1위 달려
"탄탄한 식자재 유통망에다 농심의 포기 영향" 분석
일반 라면시장에선 농심에 한참 뒤쳐진 오뚜기가 사리면시장에서만큼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탄탄한 식자재 유통망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사리면 납품이 수월한 데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이 해당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5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사리면시장은 200억원 규모로 3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오뚜기가 시장 점유율 82.1%(AC닐슨 집계 기준)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다음은 삼양으로 13.6%를 차지하고 있다.

뒤늦게 사리면시장에 뛰어든 팔도(3.3%)와 풀무원(1.0%)은 각각 3위와 4위에 랭크됐다. 팔도는 지난 2013년 '팔도사리면'과 부대찌개 브랜드 놀부와 제휴한 '놀부사리면'을 내놨고, 풀무원은 지난해 '튀기지않은사리면'을 출시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0.1%다. 

라면업계 1, 2위인 농심과 오뚜기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60%대, 20%대로 무려 3배 가량의 차이를 보이지만, 사리면에서 만큼은 오뚜기가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인다.

이는 오뚜기가 광범위한 식자재 유통망을 구축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주요 식품 프랜차이즈나 음식업소에 식자재를 대고 있다는 점이 사리면 납품에서도 타사 대비 유리하다는 얘기다.

실제 오뚜기의 지난 3월 기준 참기름과 상온드레싱의 시장점유율은 46.3%, 43.1%로 절반에 육박한다. 당면, 국수, 미역 등을 비롯해 후추, 식초, 허니머스타드, 타타르소스, 바베큐소스, 돈가스소스 등 각종 소스류를 포함한 주요 식자재 공급망도 광범위하다. 

오뚜기는 지난 1995년 사리면을 첫 출시한 삼양라면보다 4년 늦게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줄곧 사리면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는 이유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뚜기가 식자재시장을 꽉 잡고 있다는 점은 자사 사리면을 납품하는 데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1위' 농심이 사리면사업을 접은 것도 오뚜기가 1위를 달리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농심은 2000년대 중반 '사리라면', '녹차사리면', '호박사리면' 등의 사리면 제품을 선보인 바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2011년경부터 사리면시장에서 발을 뺐다. 농심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사리면사업을 진행했지만 생산에 따른 이익이 나지 않고 시장규모도 작아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200억원 수준인 사리면시장은 국내 라면시장 규모 2조원의 약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리면은 일반 라면 대비 평균판매단가(ASP)도 낮다. 일례로 오뚜기의 업소용 사리면('라면사리' 110g x 48개 기준)의 가격은 1만원 중반대로 개당 300원 안팎이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사리면시장 규모가 워낙 작고 가격 또한 낮다는 점에서 농심은 해당 시장 참여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