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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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패치·한남패치 경찰 수사는 '남녀차별 수사'일까

인스타그램 계정 ‘강남패치’, ‘한남패치’ 등.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계정 ‘강남패치’, ‘한남패치’ 운영자가 잇따라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일각에서 경찰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을 잡은 것을 두고 “여성 피해 사이버범죄는 추적이 어렵다더니, 그간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거였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를 나오고 있다.

이 논란은 자신을 한남패치 운영자라 주장하는 이가 한 온라인 카페에 “소라넷, 리벤지 포르노로 수많은 여자들이 자살해도 못잡는다 하더니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운영한 게 두 달만에 잡히는 걸 보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면서 촉발됐다.

31일 경찰,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 수사에 대한 이같은 의혹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특수성이 촉발한 불필요한 오해로 풀이된다.

최근 강남패치 운영자인 회사원 정모(24·여)씨를 검거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관련 사이버범죄의 경우 이전에도 영장을 발부받아 협조를 요청했지만 번번히 내부 정책을 이유로 거부당했다”면서 “강남패치 수사의 경우 페이스북 측에서 협조 의사을 밝힐 것이라고 우리도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페이스북의 수사 협조 거부로 경찰 수사가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자주 있었다. 지난 2월 한 걸그룹 멤버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스폰서’ 제안 메시지를 보낸 이용자에 대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지만 미국 본사의 비협조로 두 손을 들어야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까지 보냈지만 페이스북 측이 내부 지침을 근거로 협조하지 않아 별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강남패치·한남패치 수사의 경우 통상 사이버범죄 수사와 마찬가지로, 관련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페이스북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미국 본사에 영장을 보냈고, 페이스북 측이 이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운영자의 회원정보와 IP를 경찰에 제공했다.

이번 수사 협조가 이례적이라는 경찰 반응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예전부터 사안별로 내부 정책과 법무팀의 검토를 거쳐 일관된 기준을 갖고 정부기관의 협조에 응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박상현 홍보총괄은 “강남패치·한남패치의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수사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하고 명예훼손뿐 아니라 협박 혐의도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이 굉장히 높다고 내부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박 홍보총괄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등을 중요시하는 회사 정책 방향상 협조 요청에 대해 사안별로 엄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강남패치·한남패치 수준의 위법성 있는 사안과 관련해 협조를 거부하거나 하는 일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정기적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이용자 정보, 콘텐츠 등에 대해 정부의 개인정보 제공·삭제 요청 등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