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에서 벼농사와 고구마, 깨, 고추 등 밭작물 농사를 짓는 김모(65)씨는 민간의 농업인력용역회사인 ‘영농작업반’에서 인부를 종종 구해 쓰고 있다. 영농작업반은 60대 한국인 여성들이 주요 멤버인 ‘한국인팀’, 외국인들로만 구성된 ‘외국인팀’,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작업하는 ‘다국적팀’ 등 다양하다. 이들은 숙련도가 높고 고구마, 고랭지 배추, 감자 등 다양한 농작물을 수확한다. 그러나 김씨는 올해 농번기에는 영농작업반과 연락이 닿지 않아 일손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사정을 알아봤더니 영농작업반이 확보한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여서 당국의 단속이 나오자 잠적한 것이다.
농업·농촌을 유지·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인적 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농가 인구는 줄고 고령화도 심해져 농번기 일손 부족은 반복되고 있다. 민간 고용중개시장의 구직자들은 노동강도는 높은 데 반해 임금이 싼 농업근로를 기피한다. 이 틈새를 외국인 불법체류자 등을 확보한 영농작업반이 파고들고 있다. 농고나 농대 졸업생들의 영농종사 비율은 턱없이 낮고, 영농승계자를 확보한 농가는 10가구 중 1가구가 채 안 된다. 농업·농촌에 미래가 암울하다. 그래서 정부가 미래 농업인재 육성, 농촌 근로인력 지원, 농업인 역량 강화 등에 발벗고 나섰다.
농업·농촌을 유지·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인적 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농가 인구는 줄고 고령화도 심해져 농번기 일손 부족은 반복되고 있다. 민간 고용중개시장의 구직자들은 노동강도는 높은 데 반해 임금이 싼 농업근로를 기피한다. 이 틈새를 외국인 불법체류자 등을 확보한 영농작업반이 파고들고 있다. 농고나 농대 졸업생들의 영농종사 비율은 턱없이 낮고, 영농승계자를 확보한 농가는 10가구 중 1가구가 채 안 된다. 농업·농촌에 미래가 암울하다. 그래서 정부가 미래 농업인재 육성, 농촌 근로인력 지원, 농업인 역량 강화 등에 발벗고 나섰다.
경북 영천시 용수농원에서 김천생명과학고 학생들이 친환경 고품질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000년 403만1065명에서 지난해 256만9449명으로 무려 36.3%(146만1616명) 줄었다. 같은 기간 농가 수도 138만3468가구에서 108만8542가구로 21.3%(29만4926가구) 감소했다. 이 가운데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지난해 1만4000가구로 1.3%에 불과했다. 반면에 나이 많은 65세 이상 농가경영주 비율은 절반을 넘어선 53.5%였다.
농번기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농업인은 87.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월 9개 시·도가 ‘관외 농업고용인력 수요’를 조사해 보니 30만6965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시·도에서 충당하지 못해 외부에서 데려와야 하는 인력규모다. 전남이 8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6만9325명, 제주 4만700명, 경남 3만3530명, 강원 3만630명, 충북 2만5742명 등의 순이었다. 봄철과 가을철 농번기인 5∼6월과 10∼11월에 전체 수요의 63.6%(19만510명)가 집중됐다. 지난해 농고와 농대 졸업생 1만3754명 중에서 농협이나 농약회사 등의 취업자를 뺀 순수 영농종사자는 4.2%(571명)뿐이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농업분야 고용·용역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계절적인 특성에 따른 연중 일자리 확보 곤란, 낮은 노임, 높은 근로 강도, 교통·숙박여건 등으로 민간 고용중개시장은 농업근로를 꺼린다. 공공 고용서비스 미흡과 자원봉사자 등 무임근로인력의 비효율적 운영, 외근인 근로자 확보 부족 등 정부역할도 불충분하다.
정부는 ‘영농작업반’을 활성화해 전문작업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영농작업반은 근로자 보험 미가입,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 등 음성적·불법적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영농작업반을 이끄는 팀장은 농가, 밭떼기 상인 등에게서 작업요청을 받으면 버스로 인력을 수송한다. 보통 1팀에 20명이 움직인다. 평균 인건비는 10만∼15만원 수준인데 수수료를 제외하면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7만∼10만원이다. 정부는 보험료, 교통·숙박비 등을 지원해 합법적인 영농작업반을 양성화해 전문작업 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연구용역을 맡겼고, 내년에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합법적인 영농작업반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작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서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는 영농작업반은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 없는 구조다.
또 정부는 최근 농산업 구인·구직 연계 정보시스템(www.agriwork.kr) 고도화를 추진했다. 정부·지자체·공공·민간에서 각각 제공하는 농촌 일자리 정보를 한곳에 모아 손쉽게 구인·구직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확대·개편한 것이다. 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와 고용노동부 위크넷, 잡코리아, 사람인 등의 농업분야 일자리 정보를 연계해 통합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농작업의 전문성·높은 노동강도·노무관리 개선 등을 고려해 인력파견업 허용대상 업무에 농업분야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원봉사자, 사회봉사대상자, 군병력 등이 농번기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단체와 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농업의 미래… ‘영농승계’가 열쇠
경남지역에서 돼지 500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모(57)씨는 큰아들(27) 때문에 골치다. 아들이 농대를 진학할 때만 해도 가업인 양돈업을 승계하기로 약속했지만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축사료회사에 취직해 버렸다. 올해 초 아들을 겨우 달래서 양돈업을 이어받기로 했는데 이씨의 걱정은 진행형이다. “양돈장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돼지 입식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아들과 “지금 시설로도 충분하다. 무모한 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다”는 이씨와의 의견 충돌로 부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영농승계자를 확보한 농가(2014년 기준)는 9.8%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녀가 영농을 승계하기로 한 농가도 이씨의 사례처럼 첨단농업시설, 새로운 영농방법 등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이 심각하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 경영주(부모)와 승계자(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영농승계농가 특화교육 시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가업승계의 의의·사례, 영농승계와 세금, 영농승계 계획수립, 급변하는 농업환경과 성공농업의 신패러다임 ‘영농승계’, 갈등원인 분석, 갈등의 전환과 의사소통 등 7개 과목 23개 소단원으로 이뤄졌다. 농식품부는 교육성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교육인원을 올해 90명에서 내년에는 1000명으로 대폭 늘린다.
농식품부는 농고·농대생 장기현장실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실습은 선도농가와 농고·농대생을 연결해 방학기간에 영농기술과 노하우를 체험·습득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대 정원도 올해 390명에서 2018년 550명으로 늘린다. 지난 4월 실습학년제(3학년)와 국내외 현장체험 등을 하는 창조농업선도고교로 3개 농고를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 5개 농대에 영농창업특성화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부터는 영농상속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밖에 농업인 역량향상 교육훈련 지원사업도 펼친다. 농업교육 통합DB를 기반으로 수요자 맞춤형 교육을 하고 첨단기술교육을 강화한다. 올해 수경·시설재배 경력 3년 이상인 농업인을 대상으로 토마토와 딸기, 양돈, 버섯 등 첨단품목특화 전문교육을 했다. 일정자격을 갖춘 농업인을 대상으로 2학년 4학기 과정의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운영 중이다. 현장실습형 기술·경영교육으로 농업인 소득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전공은 식량작물과 원예, 특용작물, 축산, 친환경 등 5개분야 36개품목이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