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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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NSC 개편·국무부 인적쇄신 파문

안보 문외한 배넌 NSC 위원에… DNI국장 등은 ‘비정규 멤버’로 / 국무부 차관보급 대거 퇴출 속 실무 책임자 없어 부처 기능 마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를 개편하고 국무부의 인적 쇄신에 나서면서 미국 외교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SC의 당연직 위원에 극우 노선과 백인 우월주의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을 포함하고 NSC 당연직 위원이었던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합동참모본부장을 ‘비정규 멤버’로 강등했다. 국가정보국장과 합참의장은 필요할 때에만 NSC 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무부에서 이란 핵협상, 기후변화협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자신이 선거 과정에서 비판해온 외교현안 업무를 맡았던 인사들 중 정무직 고위인사를 축출하고 그 이하 담당관은 다른 부서로 전출을 보내는 대대적인 인적 개편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안보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배넌 고문의 NSC 전진 배치에 워싱턴 외교가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숀 사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배넌이 해군 장교 출신으로 능률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 이뤄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넌 고문은 이민 반대, 무슬림과 유대인 반대 등을 표방해온 ‘대안 우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브레이트바트뉴스를 공동창업해 극우 인종주의 운동을 전개했다. 배넌은 이후 트럼프 대선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백악관에 진출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난민과 무슬림 7개국 국민의 입국 일시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배넌이 NSC에서 앞으로 연달아 대형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NSC는 외교·안보·군사정책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종합적으로 자문하는 최고회의체다. 대통령이 의장, 부통령과 국무·국방·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위원을 맡고, DNI 국장과 합참의장 등이 장관급 회의체의 정규 멤버로 참여해 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DNI 국장과 합참의장을 NSC에서 강등한 이유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3성 장군 출신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군에서 자신보다 계급이 높았던 인사가 NSC 테이블에 앉는 것을 꺼렸다”고 보도했다. 플린 보좌관은 또한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정보국장으로 재임하다가 제임스 클래퍼 당시 DNI 국장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아 DNI에 묵은 감정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무부의 정통 외교관 출신 차관보급 인사들을 대거 내보내는 등 인적 쇄신에 착수해 국무부가 장관, 부장관, 차관 등의 지도부 부재 상태에서 실무 총괄 책임자까지 없어 부처 기능이 마비상태에 있다고 포린폴리시(FP)가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