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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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무수단 → 북극성-2형" 오락가락한 軍 정보분석

발사 2분 만에 탐지 성과 빛바래
북한이 새해 처음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13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으로 밝혀지면서 군의 오락가락 설명이 도마에 올랐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오후 1시 브리핑에서 “비행고도(550여㎞)와 비행거리(500㎞), 보안사항이라 밝힐 수 없는 다른 분석 척도 등을 종합할 때 노동급(미사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참 설명은 미군 전략사령부가 “중거리 혹은 준중거리 미사일로 평가된다”고 밝히면서 의문이 제기됐다. 미사일 발사장소로 추정되는 평북 구성시 방현비행장 일대가 지난해 10월 무수단 미사일 7, 8차 발사 장소인 점도 노동보다는 무수단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높였다.

합참은 결국 오후 5시45분 2차 브리핑에서 “비행속도가 노동급보다 높게 나왔다”며 “무수단급 개량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미사일 종류를 무수단 개량형으로 격상했다. 

韓 국방 대비태세 점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13일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최근 도입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등을 둘러보고 유사시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군은 북한이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북극성-2형 발사 소식을 전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과 유사한 외형의 미사일 사진을 공개하자 또 입장을 바꿨다. “SLBM인 KN-11(북극성) 기술을 적용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이다. 하루 사이에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평가가 노동(준중거리)→무수단(중거리)→북극성-2형(중거리·북한 주장 중장거리)으로 변경되면서 군 당국의 정보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종류를 놓고 군 당국의 판단이 번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은 지난해 9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노동급으로 추정했으나 이후 이보다 급이 낮은 스커드 미사일의 개량형인 스커드-ER로 수정해 국방백서에 반영한 적이 있다.

이번 발사도 군 당국의 감시 범위에 포함되는 방현 일대에서 발사 작업이 이뤄져 한·미 군 당국의 정보자산으로 충분히 탐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예전부터 북극성-2형과 유사한 SLBM의 사출시험과 시험발사를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정보를 어느 정도 수집했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군 당국은 결과적으로 틀린 정보를 발표해 북극성-2형 발사 2분 만에 발사를 포착해 궤적을 추적했다는 성과가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정보분석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영역”이라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정보를 종합·분석하는 전문가 양성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