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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은밀하게 신속하게'…새 전략무기 손에 쥔 김정은

北 발사한 ‘북극성-2형’은
북한이 새해 처음 발사한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미가 배치를 추진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이 가능한지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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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2형은 어떤 미사일?

13일 북한 매체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 미사일은 새로운 전략무기이고,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드러난 미사일의 외형은 지난해 8월 잠수함에서 발사한 북극성미사일(길이 9m)보다는 크고 무수단미사일(12m)보다는 짧다.

북한은 옛 소련의 R-27(SS-N-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모방해 무수단(사거리 3000㎞ 이상)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SLBM 발사에 나섰다. 이번에는 이런 SLBM 체계를 이용해 새로운 지대지 전략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다.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소련은 냉전 시절 고체연료 SLBM을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개조해 실전 배치한 사례가 있어 북한도 이 같은 선례를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기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 SLBM과는 다른 스타일의 미사일이 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SLBM과 같이 원통 속에서 튀어나온 미사일이 발사관 출구로부터 10여m 떨어진 공중에서 점화한 뒤 솟구친다. 전형적인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이다. 발사관에 내장된 가스 발생기를 사용해 미사일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쏘아올린 뒤 공중에서 추진기관을 점화, 비행시키는 방식이다. SLBM의 대표 발사 기술로 꼽힌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라고 밝힌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발사 장면. 무한궤도 차량에 장착된 원통형 발사관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된 북극성 2형(왼쪽부터)은 10여m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했고, 이후 흰색 화염을 내뿜으며 완전 부스터 단계에 돌입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점화되는 미사일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동체 하단부에 격자 모양의 날개인 그리드 핀(GRID FIN)을 단 것도 식별됐다. 지난해 6월 23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무수단 하단부에도 격자형 날개 8개가 달렸었다. 탄두 부분은 기존 SLBM보다 완만한 둥근 버섯 형태로, 북한이 지난해 3월 공개한 탄도미사일 재진입체 모양과 흡사하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무수단은 한 축 바퀴가 6개 달린 차륜형 이동발사차량(TEL)에 탑재됐으나 이번에는 탱크와 같은 무한궤도를 탄 차량에 발사관을 장착한 것이 눈에 띈다.

이동하는 북극성-2형 북한이 12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이 무한궤도식 이동발사차량(TEL)에 탑재돼 옮겨지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13일 공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차량형 TEL이 아닌 무한궤도식 TEL에 탑재된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우려스러운 것은 북극성-2형의 몸통이 비록 1단 추진체에 그쳤지만 여기에 2단 추진체를 결합하면 사실상 ICBM으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에 2단 추진체만 결합하면 ICBM으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며 “ICBM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새로운 미사일로 SLBM이나 KN-08, KN-14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사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북극성-2형은 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개발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고체연료를 탑재한 ICBM이 개발되면 발사와 이동에 은밀성과 신속성 등이 보장된다. 한·미가 그만큼 탐지하기 어렵게 되고 이에 따른 요격도 지연된다.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미 본토까지 20분이면 도달 가능하며, 고각 발사를 통해 수도권을 겨냥한다면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북한이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의 발사 장면 사진.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가 2017년 2월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
연합
◆사드로 요격 가능하나

북한은 TEL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조종전투부(탄두부)를 분리해 중간 비행구간과 대기권 재돌입 구간에서의 자세조종, 유도, 요격회피 기동 특성 등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대기권을 벗어나 추진체와 탄두가 분리됐으며, 주한미군의 사드와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요격할 수 없는 마하 10(음속의 10배)의 속력으로 낙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군 당국은 사드가 마하 8의 속도로 고도 40~150㎞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마하 14까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사일이 지상이나 해상에 떨어지기 직전인 고도 50㎞ 상공에서 속도가 음속의 10배에 이르면 사드로도 쉽게 요격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韓 국방 대비태세 점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13일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최근 도입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등을 둘러보고 유사시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군 소식통은 “북한이 사거리 2400~5500㎞대 IRBM을 가지고 남한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주일미군이나 괌을 겨냥한 IRBM에 대한 사드 요격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다소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