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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정권 지속적 한국 망명 타진… 김정남, 부정적 반응 보여 중단"

MB정부 고위 관계자 증언 “신변 위협 때문에 무산된 건 아냐… 망명 이뤄졌으면 북·중 관계 훼손” / 金 정보 가치 두고 평가는 엇갈려
이명박(MB)정부가 김정남의 한국 망명 의사를 타진했으나 본인이 부정적이어서 망명 작업은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MB정부 핵심 고위 관계자는 15일 “김정남 본인에게 (망명) 의향을 물어봤으나 남한행을 부담스러워 해서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2007년 2월 11일 홍콩 마카오에서 중국 베이징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관계 당국은 오랜 기간 김정남을 관찰하고 접촉했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이전부터 관찰, 접촉은 했다”며 “한국행이 신변상 더 안전할 수는 있으나 다른 개인적 정치적 고려사항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1997년 2월 북한 특수공작원이 쏜 권총에 숨진 이한영(김정일의 처조카)씨 사례처럼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망명이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김정남 망명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그는 김정남 망명은 “정치적 함의가 컸다”고 했다.

김정남의 정보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MB정부 외교안보분야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정남이 외국만 전전해서 북한 내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정보가치 자체는 낮았다”면서 “만약 김정남의 정보가치가 높았으면 아마 당시 미국이나 일본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남이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있던 점을 감안하면 김정남의 한국행이 성사됐을 경우 중국은 북·중 관계 훼손을 감수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남은 한국 망명을 놓고 여러 가지 고민을 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정영태 동양대 군사연구소장은 “(김정남을 경제적으로 후원했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무너졌다”며 “재정적 빨대가 붕괴하고 금전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충분히 망명 유혹에 빠져들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원장 국회 출석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5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한 국회 긴급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만일 김정남의 망명이 현실화됐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정 소장은 “미국으로 가든 대한민국으로 가든 김정남의 망명이 실현됐을 때 북한 내부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을 유사시 김정은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많다. 김정남 자체가 권력 의지가 없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시도도 없었고 북한 내 지지세력 자체가 없었다는 게 국가정보원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김민서·염유섭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