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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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중국 사드보복에 흔들리면 안 된다

북핵 위협 있는 한 사드 포기 못해 / 정치권과 국민이 한목소리 내야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점입가경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한·중 관계의 모든 것이 아님에도 중국은 한국을 완전히 굴복시키려는 패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류 콘텐츠 제한에서 시작된 ‘비공식적’ 보복 조치가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이용해 중화주의를 자극하는 여론전과 심리전에 더해 롯데 불매운동을 선동하더니, 정부기관인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이 한국방문 전면금지를 지시하는 사실상의 공식 보복을 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학교에서는 반한(反韓) 감정과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교육을 하고, 사이버 공격까지 서슴지 않으니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반대 운동은 없다면서도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전략적 이유가 있다.

한국의 국정 공백을 보면서 사드 배치 재고를 기대하는 면도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사드 배치를 미국의 대중 압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갓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에 올 10월 시진핑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에 강한 중국, 강력한 지도자 시진핑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 기회를 이용해 한국에 침식당하는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국정치경제학
문제는 마땅한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일단 중국에 우리 입장을 전달해야 하지만 북핵 위협에 대한 최소한의 자위적 대응이라는 우리 주장은 ‘쇠귀에 경 읽기’다. 오히려 우리의 현정부와는 대화를 피하면서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김정남을 암살하는 북한 끌어안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구두 지시나 민중 감정 자극으로 민간이 나서게 하는 ‘비공식적’ 제재를 하기 때문에 공식적 대응도 어렵다. 누가 봐도 정부 주도의 제재지만 형식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통상 제소 등 피난처를 다 만들어놓고 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으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편협한 행보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는 꼴이다.

자신들의 논리만 중요하고 옆 나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중국의 민낯을 보면서 이제 분명한 대중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실 한·중 관계는 북한이라는 이질적 요소의 존재를 인정한 채 발전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국이 돼 가고 있어 이것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핵심 이유다. 사드는 수단일 뿐 본질이 아니다. 북핵 위협이 해결되거나 감소하지 않으면 한국에 선택의 여지는 없으며, 중국이 그토록 바라지 않는 한·미 동맹의 강화, 한·미·일 안보 구조 구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로는 안보 문제에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중국에 국내 여론 분열 조장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설득을 자신하면서 별일 없을 거라는 희망사항만을 말했고, 정치권은 사드 배치 자체에 관한 갑론을박과 공포심 유발 등 중국의 심리전에 제대로 말려들었다.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정책이 바뀌면 향후 정책 공간도 크게 제약받게 된다. 사드 배치에 관한 책임을 논하기보다는 분명하고 일관된 태도로 중국의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압박에 대해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중국 땅에서 마치 독립군처럼 사드의 낙진을 그대로 맞고 있는 롯데 등 기업들이다. 한 국가가 일개 기업을 상대하고 자신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분야를 집중 공격하는 졸렬한 경제보복에 속수무책이지만 사실은 사드를 틈타 언제든 있을 중국의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극복한 사례를 참고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시장 다변화나 기술 경쟁력 확보 등 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국내외적으로 단결된 한국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없다면 끌려가는 한·중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국정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