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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부지공여 협상도 안 끝났는데… 사드 '속도전' 왜?

北 미사일 위협 명분… 대선 전 ‘대못박기’ 속도전 분석 / 韓·美 부지공여 협상도 안 끝났는데… 발사대 등 장비 들여와 의구심 낳아 / “野 후보들의 배치 신중론 신경 쓰여… 배치 번복 못하게 미리 美와 손 써” / 틸러슨 美 국무 3월 말 방중 앞둬 / 美·中간 사드 논의 원천 차단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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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6일 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전개 작업에 나선 것은 사드 운용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군사적 측면에서만 보면 지난달 12일 북한의 북극성-2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가 사드 조기 전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되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현재 진행 중인 (사드 배치) 일정을 최대한 조속히 할 방안을 강구했다”며 “그 절차의 일환으로 사드의 한반도 전개를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이 사드 포대 일부를 주한미군 기지에 전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사진은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사드의 요격미사일 시험발사 모습을 촬영해 대외에 제공한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런 주장은 사드가 배치될 성주골프장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작업이나, 한·미 간 부지공여 협상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사대 등 장비부터 들여왔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사업장에 보복조치를 가하고 있고,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반한 감정이 고조되는 시점에 반입 조치를 취한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드 장비의 한국 공수는 극비리에 진행됐다. 사드 포대의 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를 싣고선 미국 텍사스 포트 블리스 기지를 떠난 미군 C-17 수송기가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은 늦은밤이었다. 사드 발사대 차량 1대에는 발사관 8개가 장착된 발사대 1기가 실려 있다. 미군은 차량에 발사대가 탑재된 채 장비를 하역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전 세계 이목이 쏠린 틈을 타 수송작전에 나선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주간에 작업을 할 경우 외부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야간을 이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이 실시돼 사드 배치를 뒤집을 수 없도록 속도전을 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 땅 밟는 사드 포대 주한미군사령부는 6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미군은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기지에 있던 사드 포대 일부를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로 오산 미 공군기지에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정부 소식통은 “탄핵 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라 국내 정치 일정에 대한 검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안이 인용되면 곧바로 차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간다”며 “이럴 경우 주요 야권 후보들의 사드 배치 신중론에 힘이 실릴 공산이 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서둘렀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미가 사드 전개와 관련해 정치 일정을 고려했다면 탄핵 심판 이전을 D-데이로 삼을 이유는 충분해 보이는 대목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미군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줄곧 미국 행정부에 박근혜 정부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며 “정권이 바뀔 경우 지연 내지 무산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이번 사드 장비의 조기 공수 역시 이런 점이 반영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에 사드 반대 차량광고가 등장해 교민사회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차량의 스크린에는 사드와 한국 상품을 보이콧하고 중국이 일치단결해 위엄을 세우자는 내용이 구호로 담겨있다.
연합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정치일정과는 무관하며 중국이 반발하더라도 사드는 배치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드 장비 배치가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간 사드 논의에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려는 한·미 군 당국의 일종의 차단작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드 포대의 운용 병력과 추가 장비들은 이날부터 속속 반입될 예정이다. 1~2개월 내에는 반입 절차가 끝나 이르면 4월쯤 성주골프장에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주에 사드 1개 포대 이동 배치가 완료되면 괌의 아마딜로 사이트 운용 요원들이 6개월 또는 1년 단위 등으로 순환 근무하면서 새로 배치된 운용 요원들을 교육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해당 부지를 미군 측에 공여하는 절차는 이러한 작업과 동시에 진행될 공산이 크다.

사드 1개 포대는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고, 포대당 요격미사일은 48발(6기×미사일 8발)이다. 발사대는 레이더에서 400∼500 떨어진 전방에 부채꼴로 배치된다. 1기의 발사대는 유도탄(미사일) 8발을 장착하며 30분 내 재장전이 가능하다. 요격미사일은 1단 고체연료 추진 방식으로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하고 있다.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약 1조원이며, 요격미사일 1발은 약 110억원에 달한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