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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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북 역할론' 심기불편… 언론 "美, 정책 실패 회피 속셈"

“北, 인민 굶어죽어도 굴복 않을 것 美 불신 해소시켜야 핵 포기 가능”/회담 앞두고 北 또 도발 입장 난처
중국 관영언론이 5일 “북한은 인민이 굶어 죽어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강경 일변도 대북 압박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역할론’을 주장하는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편한 속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평을 통해 “북한은 누구도 믿지 않고 핵무기만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전 지역이 마비되고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진솔하게 소통한 적이 없으며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해소해야만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미국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역할을 비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정책 실패를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6∼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5일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에 대북 제재보다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訪美 앞서 핀란드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4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은 핀란드 방문 후 6∼7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헬싱키=신화연합뉴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이 회담에 필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미칠 파장에 선을 긋고, 미·중 정상회담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려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중국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큰 노력을 했고 중요한 역할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당초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한 상태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를 공언했다. 북핵 해법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도발에 나서면서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협상 동시 진행)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안의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