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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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사석에서 김정은 존칭 안 쓰는 주민 늘어”

북한 주민들이 사석에서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의 존칭을 생략한채 호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전했다.

RFA는 북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에게 존칭을 쓰다가 왕따를 당한 이도 있다고 소개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은 RFA에 “이제는 김정은에 대한 존칭어를 행사장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붙인다”며 “친구들은 물론 이웃들끼리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김정은의 이름 앞에 존칭어를 붙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장마당이나 열차에서 만난 초면끼리는 김정은 이름 앞에 존칭어를 붙이지만 동네사람들끼리면 흔히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라 부른다”며 “꼭대기 사람은 보통 위의 간부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석에서 존칭을 생략하는 것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김정은 체제들어 노골화됐다는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배급제 붕괴 등으로 국가의 도움없이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게되면서 김정은에 대한 권위도 하락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주민은 이에 대해 RFA에 “국정가격이 없어지고 배급이 끊기면서 국가가 인민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자 지도자에 대한 존칭어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며 “장사행위가 합법화 되고 장마당이 활성화 되면서 김정은은 더욱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주민보다 북한 간부들이 먼저 김정은에 대한 존칭을 생략했다는 말도 들린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은 “김정은에게 존칭어를 붙이지 않는 현상은 간부들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방 당, 사법기관 간부들도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 김정은을 존칭어 없이 부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민은 “아무리 친한 친구나 이웃들 속에도 보위성의 요원들은 있기 마련”이라며 “그런데도 아직까지 김정은에게 존칭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우상화 체계가 붕괴돼 가고 있음을 뜻 한다”고 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