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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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北 미사일 기습발사… 한미일 압박 맞선 ‘절제된 마이웨이’?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만인 14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전격 감행함으로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롭게 정립될 남측의 대북정책과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압박이 상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첫 인사 후보자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 가겠다”고 밝혔고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북핵문제 해결 등을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할 뿐, 체제 붕괴나 전환 등은 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격 단행된 미사일 발사는 ‘선(先) 핵 억지력 확보, 후(後) 군축협상’이라는 북한의 기본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했지만 김정은 체제는 실질적인 핵 억지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도하고, 협상이 여의치 않더라도 핵 억지력에 의한 체제 영속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미사일 비행궤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무력시위 강도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 ‘절제된 도발’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북극성-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적 측면에서는 추가 발사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북한은 지난 2월 북극성-2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최대고도 550km, 비행거리 500km를 기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늘 발사가 북극성-2형이 맞다면 무수단급(3000~4000km) 수준의 위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추가 발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2월 발사를 바탕으로 미비한 점을 개선 보완해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스커드 탄도미사일을 바라보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은 지난 3월부터 함남 신포와 강원 원산, 평남 북창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해왔다. 미사일을 2발 이상 발사하는 북한 전략군의 훈련과 달리 1발씩만 발사가 이루어져 기술적 검증이나 성능개량을 위한 시험발사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방법이 시험발사를 자주 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적 수정을 실시함으로서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북한 역시 시험발사를 수시로 감행해 관련 기술을 축적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사는 북한 특유의 발사 방식인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발사각도를 높여 비행거리를 줄이는 고각발사는 일반적 방식의 발사보다 까다롭다. 하지만 일본, 러시아, 중국과 인접한 북한 입장에서는 고각발사를 하지 않으면 시험발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미사일 최대고도는 탄도미사일 최대 비행거리의 1/3~1/4 정도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발사된 미사일 발사 고도가 2000km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최대고도가 2000km 수준에 달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