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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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軍은 ‘침묵’… 韓·美·日은 온도차…北 미사일 어디까지 왔나

日 “北 미사일 최고고도 2000㎞”…北 ICBM 근접 기술 성공 가능성/ 주장 사실 땐 최소 사거리 6000㎞ / 7500㎞ 넘으면 하와이 타격권 / 美 “본토 위협 ICBM급 아니다”
북한이 14일 감행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가 20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무수단(1400㎞)보다 600㎞ 높다. 고각(高角) 발사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비행거리가 700㎞(일본 측 주장 800㎞)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훨씬 멀리 날아갔을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사거리는 최소 6000~7000㎞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탄도미사일을 ICBM으로 규정하는 최소 비행거리는 5500㎞이어서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급일 수 있다. 사거리가 7500㎞일 경우 하와이가 타격권이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출생일) 열병식에서 러시아의 토폴-M, 중국의 둥펑(東風)-31A와 유사한 신형 ICBM을 공개했다.

北 공개한 신형 미사일 북한이 문재인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전격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출생일) 열병식 때 북한이 공개한 대함탄도미사일(ASBM) 추정 신형 미사일.
연합뉴스

과학기술성과전시회장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이 문재인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인민무력성(국방부 격) 기공구·마감건재품 및 과학기술성과전시회장을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ICBM 발사보다는 미사일 기술의 성능개량이나 검증을 위한 차원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ICBM 개발 과정에서 확보해야 할 핵심 기술 검증을 목표로 했을 수 있다. ICBM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탄두를 높이 쏘아올리는 1단 추진체 확보다. 기존의 KN-14 ICBM은 액체 엔진인 무수단 미사일 엔진을 1단 추진체로 사용했으나 거듭된 발사 실패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비해 고체 엔진을 탑재한 북극성-2 미사일은 지난 2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발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고체 엔진의 신뢰성이 확보되면 이를 토대로 ICBM 1단 추진체를 새로 만들 수 있다. 1단 추진체는 2, 3단 로켓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얼마나 오랜 시간 최대 추력(推力)을 내며 비행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놓고 한·미·일 간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한·미가 신중한 입장인 것에 비해 일본은 관련 정보를 대거 공개했다. 우리 합참의 경우 그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궤적을 발표할 때 빼놓지 않았던 최고 고도를 공개하지 않는 등 사실상 침묵 모드다. 군의 대북 정보력이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ICBM급이 아니라면서 북미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비행시간, 고도, 거리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이런 행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부각하려는 일본판 북풍(北風) 의도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평화헌법 개정을 포함한 국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북한 위협을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에는 지하철 운행까지 중단해 과잉 대응 논란을 낳았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