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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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보는’ 김정은에…시험대 오른 ‘문재인표 대북정책’

새 정부 출범 나흘 만에 첫 안보위기 / 상황 靑 보고·NSC 개최 등 신속조치 / 北 6차핵실험·ICBM 도발 계속 땐 文정부 ‘유화정책’ 협소해질 가능성
갓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안보위기 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새 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 외교정책 입지가 협소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북한에 엄중한 경고를 통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히는 한편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주국방체계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단호한 대응’ 메시지는 대북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발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권 출범 후 발생한 첫 안보위기에 청와대의 대응은 신속했다. 이날 오전 5시27분 발사된 미사일 관련 정보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을 거쳐 22분 후인 5시49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됐다. 임 실장은 즉각 기초사항 파악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개최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진 것은 발사 41분 후인 오전 6시8분이며 NSC 상임위는 오전 7시에 열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저강도 도발에 해당하지만 문 대통령 경고 수위는 높았다. 문재인정부의 우호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대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대화를 통한 안보위기 해결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새 정부의 위기 대응 수위를 떠보는 상황에서 ‘유화적인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미 공동대응 기조를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회의에서 미국을 두 차례나 언급한 것 역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달 15일 열병식 때 공개한 대함탄도미사일 추정 신형 미사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한 것도 핵 문제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대북관계 설정이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중심을 둘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쯤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대화 병행기조, 단계적·포괄적 대북 협상 등 이전 정부와 차별화한 대북 정책 기조를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안보라인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청와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를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외교안보팀이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고 챙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거나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다. 미국 안보 관련 매체들은 북한이 이미 핵실험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만 남은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6차 핵실험은 한반도 국면을 완전히 바꿔 놓을 만한 중대 사안이다. ‘문재인표’ 대북정책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서랍속에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