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문 대통령,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신속히 구축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국정원장 후보자와 함께 비서실장 인사를 가장 먼저 했다. 이어 청와대 민정·국민소통·인사 수석을 임명했고 어제는 정무수석 등의 명단을 발표했다. 맨 먼저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국정교과서 폐지와 5·18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가 잇따라 나왔다. 대통령의 동선은 정부가 정책의 중점을 어디에 두는지를 말해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외교·안보는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해선 안 된다. 한반도는 격동의 중심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잇단 도발에다 주변 강국의 ‘코리아 패싱’, 미·일·중·러 지도자들의 압박이 거칠다. 엄중한 상황에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구축은 무엇보다 긴요한 업무다. 어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에선 김관진 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나서야 했다. 전 정부 외교·안보 라인으로는 근본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전·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노선 차이가 상당해 엇박자가 나기 십상이다. 사드 대책도 그중 하나다. 어정쩡한 동거가 장기화하면 업무 혼란이 커지고 국가안보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외교와 국방·통일 장관은 헌법상 총리 제청이 필요해 시일이 걸린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이달 안 국회 동의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총리 제청을 거치면 외교·안보 관련 장관 임명은 내달 중·하순으로 늦춰질 수 있다. 국가안보실장 인선을 먼저 해 외교·안보 라인의 공백을 차단해야 한다. 청와대는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군과 외교관, 학자 등 어느 출신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정돈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박근혜정부는 국방장관 출신을 안보실장에 앉혔다. 군 출신은 대북 문제에 전문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익 위주로 돌아가는 냉엄한 외교전을 보는 눈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외교안보수석을 따로 두고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의 지휘를 같이 받도록 하는 이원적 조직을 꾸려야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의 조직을 강화했다. 외교안보수석을 없애고 관련 기능을 안보실로 흡수해 통합시켰다. 급박한 안보위기의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총체적 난관을 헤쳐나갈 역량을 가진 국가안보실장을 조속히 임명해 강력한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