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북 추가제재 나서는 안보리 … 美선 국제 공조 다지기

16일 안보리 긴급소집… ‘北 도발’ 논의 / 유엔 미국대사 “대북압박 강화할 것… 피해망상 김정은, 韓에 메시지 의도” / 文정부도 유화정책 펼치기 어려울 듯 / 6월 정상회담 앞두고 발맞출 공산 커 / 美, 北 미사일 기술 수준 경각심 고조 / “ICBM 1년 정도면 개발 가능” 주장도 / 방중 푸틴 "북핵·미사일 용납 안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16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번 회의는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요구로 열리며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따른 대북 추가 제재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모습 드러낸 北 미사일 개발 주역 김정식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14일 화성-12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성공하자 간부들과 함께 웃는 장면 뒤로 북한 미사일 개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붉은 원)이 중장(별 2개)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등장한 사진을 노동신문이 15일 공개했다. 김정식이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김정식 옆에서 중장 군복을 입은 미사일 전문가 장창하는 당 중앙위 책임일꾼이라고 소개돼 국방과학원장 자리에서 퇴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4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피해망상 상태의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이 한국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좌하려는 방식이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로 그를 만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댄 설리번 미 상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이르면 이번주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 해안에 요격미사일을 추가 배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이 이날 보도했다. 이 법안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요격기 28대를 추가 배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는 기존 미국의 지상요격기 규모를 30% 이상 늘리는 것이라고 더 힐이 전했다.

北 미사일 성능 과시 북한이 14일 오전 5시28분(서울시간 기준) 평북 구성 일대에서 발사한 화성-12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는 사진을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체탄이라고 표현한 화성-12의 시험발사 성공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확보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도발로 문재인정부가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정부가 ‘햇볕정책 2.0’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모색하는 트럼프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현 단계에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연대를 통한 대북 전방위 압박 조치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판단”이라며 “문재인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달 첫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조율되고 있는 만큼 양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공동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주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CBM 개발에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유화정책을 펴긴 어렵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 성공 후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 타격권에 들어있다는 현실”을 미국이 오판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트럼프 정부를 자극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기술 수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기류다. 미국 항공우주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성공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는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ICBM을 개발하는 데 기존에 예상한 5년이 아니라 1년 정도가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정상포럼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틀 동안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우든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경고하고 “관련국도 북한에 대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