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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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돌아서 가야 하는 땅 '용산기지' 바람직한 활용방안은?

부지 안 건물만 1000여개 육박…역사적 가치 높아
정부 주도보다는 시민들에게 맡겨야 '참여형 설계'

(왼쪽부터) 서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정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 공원의 재발견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현 기자

올해 미군이 철수할 예정인 용산기지 부지의 활용방안을 시민들에게 온전히 맡기고 결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제는 정부 주도의 공원조성이 아닌 그 땅을 이용하는 시민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용산미군기지의 활용방안에 대해 활발히 논의했다.

용산공원은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남게되는 터에 243만㎡ 규모로 조성되는 최초의 국가 도시공원으로 지난 2003년 한·미 정상간 용산기지 평택이전 합의 후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의해 추진됐다. 현재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용산공원 내 8개 콘텐츠 건물 신축계획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국토부는 이에 지난해 11월 건물 신축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기존건물 활용방안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민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며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방침의 일환으로 부지활용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개최됐다.

정경훈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추진기획단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은 용산공원 추진 사업을 서둘러 진행할 생각이 없다"며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8회의 릴레이 세미나를 통해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 주도의 계획보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서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용산 미군기지는 우리나라 우리나라 땅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도 돌아서 가야하는 기형적인 땅"이라며 "미군이 철수하는 땅에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나선 정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 땅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이라며 "국민들에게 맡기고 천천히 기다리며 의견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문가들보다는 정작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 즉 국민들에게 맡기는 '참여형 설계'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부지활용방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새로운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 사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마스터플랜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알아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시민사회에서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라며 "폐쇄되었던 금단의 땅을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000여개에 육박하는 건물들을 허무는 것 보다는 시민들에게 용산부지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공원 녹지 등의 논의는 그 다음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며 용산 미군기지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용산공원 라운드 테이블 1.0은 19일 첫 번째 토론회를 시작으로 올해 11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향후 용산 미군기지에 활용방안에 대한 목표시한을 정하지 않고 민간 주도의 공론의 장을 만들어 민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