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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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에 또다시 불거진 ‘정년 이슈’

정부선 65세 연장 고민… 재계 “임금개편부터” /청년일자리 창출과 상충… 실행까진 쉽지 않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정년 연장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년 연장 문제는 청년일자리 창출 문제 등과 상충된다. 재계는 임금체계의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고령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업종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것을 다른 공공기관에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2013년 60세를 정년으로 법제화하기로 결정한 이후 4년여 만이다.

정년이슈가 다시 불거진 이유는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가 유례없이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4%에서 2030년 24.5%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 간의 임금격차도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에 달한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중위소득 50% 이하의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38개 비교 대상국 중 1위다.

그럼에도 정년 연장이 어려운 이유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기업의 근로자 평균연령은 2012년 39.9세에서 지난해 41.5세로 높아졌고 이와 함께 청년실업률도 2012년 7.5%에서 2016년 9.8%로 해마다 증가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기업은 새로운 인력 수요가 필요할 때 충원이 이뤄진다”며 “고령자들의 퇴직을 법으로 보호할 경우 청년들이 채용시장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년 연장은 또 기업인들의 퇴직을 늦추는 수단이 아닌, 공무원들의 은퇴 연장을 위한 제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년을 채우고 회사를 떠나는 선배들은 극히 일부”라며 “공무원 등 일부 직종의 정년만 길어지면서 기업의 세금이 이들의 월급으로 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고임금자의 급여를 삭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실장은 “기업들의 고용경직성이 강하다 보니 회사는 근본적으로 고령의 고임금자를 부담스러워한다”며 “고용유연화와 임금피크제 확대 등이 추진되면 고령화로 인한 노인빈곤율 증가 등 사회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이 연장되면 연공급적 임금체계로 고령자 고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수 있다”며 “먼저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