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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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히트곡 표절무마 뒷거래?

외국 직배사에 음원 수익금 100% 지불
박진영·싸이 등 ''표절 논란'' 수습
GOD·SES·싸이·하늘·캔 등 음반 ''저작권 침해'' 뒤늦게 드러나

원작자 동의없이 음원을 사용한 우리나라 음반 제작사들이 외국 음반 직배사들에게 음원 수익의 상당부분을 지불해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네티즌로부터 표절 의혹을 받은 일부 국내 톱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한 회사들이 논란을 무마시키기 위해 외국계 직배사와 일종의 ‘뒷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KOMCA)와 외국 직배사 등 음반업계에 따르면 GOD 앨범을 제작한 박진영 프로듀서, 자신의 곡 ‘새’와 ‘챔피언’의 제작에 참여한 가수 싸이 등 다수의 프로듀서와 작곡자들은 표절 혹은 무단 음원사용 등이 문제가 된 일부 히트곡의 음원 수익 100% 혹은 대부분을 소니, EMI 등 외국계 직배사에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적 관례로 샘플링, 편곡 인용 등 기존 노래의 일부 음원을 활용해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경우, 원작자의 동의는 필수다. 일부 음반 기획사들은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앨범을 제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샘플링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저작권 일부를 양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표절 논란 이후 직배사들과의 협의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직배사들이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저작권 100% 환수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국내 작곡자들은 저작권을 1%도 갖지 못하게 된다.
KOMCA의 한 관계자는 “작사 작곡 편곡 등에 대한 모든 권한을 외국 음반사에 뺏긴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경우 논란이 거세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음반사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는 내용을 계약서에 첨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음반업계 등에 따르면 원작자 권리 침해로 문제가 된 음악은 박진영 프로듀서가 직접 제작한 GOD 1집 ‘어머님께’와 ‘관찰’(1999년), SES 2집 ‘Dream Comes True’(1998년), 하늘 1집 ‘웃기네’(2001년), 싸이 1집 ‘새’(2001년), 캔의 ‘내 생애 봄날은’(2001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앨범은 케이스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작사 작곡 편곡 등의 저작권을 스스로 갖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음원 판매 수익 대부분은 외국으로 귀속되고있다. 예컨대 GOD의 ‘어머님께’의 경우 작곡·작사 지분은 미국 힙합가수 2PAC이 부른 ‘Life Goes On’(BMG)의 원작자에 있고, 박진영 프로듀서는 편곡 지분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앨범 판매 수익은 100% BMG에 귀속돼 있으며, 박 프로듀서의 몫은 방송 이용료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박진영 프로듀서가 속한 JYP의 한 관계자는 “GOD 앨범의 지분 문제가 어떻게 됐었는지는 오래 전 일이어서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확인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업무차 해외 체류중인 관계로 전화 연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음반 직배사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는 90년대 말부터 가요계에 팽배해 있다”며 “샘플링이나 표절 등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작곡자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니, EMI, BMG 등 외국 직배사들이 소속된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는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실미디어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표절 및 샘플링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우한울 기자 erasmo@sportsworldi.com

[황용희기자의 연예패트롤]음반 제작과정과 표절시비

[관련기사]음반 표절·샘플링…가이드라인 나온다



[SW확대경]가요계 표절논란 왜?

●한국 가요계의 표절논란…룰라·서태지등 끝없는 시비

이상민 자살 기도·김민종은 가수 은퇴
최근엔 ''돌아와요 부산항에'' 배상 판결


한국 가요계의 표절 시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를 보면 일단 1995년 그룹 룰라의 ‘천상유애’가 일본 그룹 닌자의 ‘오마쓰리 닌자’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일이 있다. 이 사건으로 룰라는 해체되고, 리더 이상민은 자살까지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컴백홈’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표절을 주장한 측은 ‘컴백홈’이 미국 그룹 싸이프로스 힐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1996년에는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의 ‘귀천도애’가 일본 그룹 튜브의 ‘Summer Dream’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일로 인해 김민종은 가수 은퇴를 선언했다.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표절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사라지면서 표절 논란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0년 조성모의 ‘다짐’이 발표되면서 비비의 ‘최후의 선택’과 닮았다는 표절 시비가 일었다.
이 사건은 ‘다짐’의 작곡자인 이경섭씨가 ‘최후의 선택’의 작곡자가 자신이며, ‘다짐’이 리메이크라고 설명,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2004년에는 그룹 코요태의 ‘불꽃’이 일본 여가수 세리 요코의 ‘시키노 우타’와 비슷하다는 네티즌들의 맹공이 쏟아져 코요태가 어려움을 겪었다.
얼마 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돌아와요 충무항에’의 표절로 인정된다며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작사·작곡자 황모씨는 소송을 제기한 ‘돌아와요 충무항에’의 가수 김씨의 어머니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반면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여자야’를 표절했다며 가수 이 모씨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구전 가요를 바탕으로 작곡됐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돼 표절 논란을 불식시켰다.
예전에는 표절 시비가 단지 논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법원 소송까지 비화되는 모습이 공연법 개정 이후 새로 나타난 풍속도다.
이길상 기자 juna@sportsworldi.com


은하철도999·마징가Z주제곡도 저작권 환수
일본 20년만에 문제제기 100% 환급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만화 ‘은하철도 999’, ‘마징가Z’ 등의 주제곡도 저작권이 일본에 100% 환수된 경우다.
‘은하철도999’ 주제곡은 원래 일본곡(銀河鐵道999)었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번안돼 새롭게 불려졌다. 저작권의 개념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없었던 당시여서, 우리나라 곡은 일본 곡의 가사 내용의 일부만 수정하는데 그쳤다. 또한 ‘마징가Z’ 주제곡도 일본 노래인 ‘Majinger Z’의 멜로디를 그대로 썼다.
20년간 문제제기가 없었지만, 일본측은 최근 저작권 환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들 만화가 주제곡의 국내 저작권자는 그간의 음원 판매수익 등을 모두 100% 환급해 일본 원저작자에게 지급해야 했다. ‘은하철도999’와 ‘마징가Z’는 지금 널리 불려지고 있진 않지만 선거기간 만큼은 단골 메뉴로 꼽히는 곡이다.

우한울 기자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