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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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직’ 고검 검사 경력으로 뽑는다

법무부, 지방 근무 기피현상에 ‘극약처방’
10년 이상 일한 법조 인중 10명 안팎 선발
법무부가 고등검찰청에서만 근무할 검사를 따로 뽑는다. 변호사 등을 상대로 평검사 말고 간부급인 고검 검사를 뽑는 건 처음이다. 공판중심주의 활성화로 고검 업무가 더욱 중요해졌으나 검사들이 고검 근무를 기피하는 데 따른 ‘극약처방’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으로 10년 이상 일한 법조인 중 10명 안팎의 고검 검사를 선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5곳의 고검과 춘천, 청주, 전주, 제주 4곳의 고검 지부에서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오는 6월 임용될 예정이다.

이 방안은 갈수록 심해지는 검사들의 지방 고검 근무 기피현상에 따른 조치라는 평가다. 항고사건 처리와 국가소송 업무를 주로 하는 고검은 직접 수사하는 지방검찰청이나 전국 검찰을 지휘하는 대검찰청에 비해 ‘한직’으로 통한다. 상당수 검사는 고검 발령을 잠시 거쳐가는 과정 또는 사의 종용으로 받아들인다.

지방 고검 기피현상은 더욱 심하다. 광주, 부산 고검 등으로 발령나면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이가 많다. 그렇다 보니 지방 고검의 항고사건 처리나 국가소송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 법무부도 이를 감안한 듯 채용 공고에서 “지방 고검에서 장기근속할 의향이 있는 이를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한 간부는 “공판중심주의 등으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다들 지방 고검 근무를 기피하니 어쩔 수 없겠지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응모자가 적으면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검사로 뽑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검 검사 채용이) 부족 인력을 충원하고 법조일원화로 나아가는 측면도 있다”며 “그간 법조계 활동을 철저히 검증해 조직에 해가 될 인원은 배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직급은 평검사, 고검 검사(부부장검사∼차장검사), 대검 검사 이상(검사장, 고검장) 3단계로 돼 있는데, 현재 고검 근무 인원은 460명(정원 516명)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