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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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15> 천자총통에서 K9 자주포까지 ⑫ 세계의 주력 자주포

美 ‘팔라딘’ 정보감시체계 활용 응용능력 탁월
러 ‘무스타’ 거대포탑 자랑…獨 ‘판저파우스트’도 명성
우리의 K9 자주포와 견줄 수 있는 선진국의 대표 자주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155㎜ M109A6 ‘팔라딘’을 꼽을 수 있다. M109A2 계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본 성능도 우수하지만 정보감시체계 활용을 극대화한 응용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군의 주력은 신예 자주포인 2MS19 ‘무스타’. 분당 8발의 급속사격이 가능하며 거대한 포탑으로 유명하다. 포탑 내에 포탄과 필요한 모든 기계장비를 다 갖추고 있다. 이런 설계는 차량 일체형 자주포에 비해 상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대신 포탑에서 모든 임무 수행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전장에서 자주포 차량이 파손되더라도 다른 차량에 포탑을 옮겨 달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성능도 팔라딘에 뒤지지 않는다.

포는 서방의 자주포와 달리 152㎜를 탑재하고 있다. 동유럽권 화포 구경은 서방권과 차이가 있는데, 서방의 105㎜에 해당되는 것이 122㎜이고 155㎜에 해당되는 것이 152㎜ 포 체계다.

독일의 ‘판저파우스트’(PzH2000)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자주포다. 대신에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K9 자주포와 자주 비교되는데 사거리와 반응속도는 비슷하고, 전체 기동성면에서는 K9에 열세지만 탄약 적재량과 분당 발사수는 K9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이 만든 AS90 ‘라이언하트’도 세계 자주포 서열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제품이다. 1990년대에 제작된 초기 모델은 44구경장으로 사거리나 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52구경장의 ‘라이언하트’는 견실한 성능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1980년대에 개발된 GCT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다. 거대한 포탑 내에 모든 필요장비를 갖춘 설계의 자주포로는 선구자 격이다. 중국산 자주포 PLZ45도 세계 주력 자주포 반열에 올릴 수 있으며, 이미 일부가 중동에 수출된 바 있다. 일본은 신예 주력 자주포로 ‘99식’이 배치돼 있다.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비운의 자주포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XM2001 ‘크루세이더’다. 크루세이더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지휘 아래 미래전에 주목하면서 네트워크 전쟁에 최적화된 모델로 개발하던 신예 자주포 프로젝트다. 개발에 성공했다면 현존 최강 자주포가 됐을 테지만 성능만큼 올라간 가격 탓에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대신에 미육군 ‘차세대 전투차량 프로젝트’(FCS)에 포함된 ‘NLOS-C’ 자주포가 이 크루세이더에 도입될 예정이던 여러 기술과 장치를 물려받아 시제차량으로 나왔다. 하지만 FCS 프로젝트 역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예산 감축 드라이브로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미 육군은 당분간 팔라딘으로 버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