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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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덩어리 0.2g이 '5억'…어떤 돌이길래

美 당시 조각 내 각국에 선물
270개 중 160개 행방묘연
암시장서 천정부지값 거래
우주의 신비함을 품었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가격이 매겨진 걸까. 미국이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선물로 줬던 월석(月石)이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수집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이 선물로 세계에 뿌린 월석은 모두 270개. 이 가운데 약 60%에 달하는 160개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미국의 50개 주에도 하나씩 배분됐는데 24개가 사라졌다. 사라진 월석들은 암시장에 등장해 소리 소문도 없이 개인수집가에게 팔리고 있다.

이야기는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닉슨 대통령은 아폴로 11호와 17호가 가져온 월석 약 300㎏을 작은 조각으로 나눠 1973년에 ‘친선월석’이라는 이름으로 135명의 각국 정상에게 보냈다.

이 선물은 유리 구슬 안에 월석을 넣고 해당국 국기를 붙인 목재 명판으로 제작됐다. 영국 BBC는 20일(현지시간) “그러나 허술한 관리 탓에 종적을 감추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전직 미 항공우주국 직원인 ‘월석 추적자’ 조지프 구타인즈는 “온두라스에 전달됐던 친선월석을 팔겠다며 500만달러를 내라는 접촉을 받은 적이 있다”며 “거래되지는 않았지만 합당한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판 사례를 들었다. 월석 거래 가운데 유일하게 공인된 것은 1993년에 러시아가 소더비 경매에 내놓았던 0.2g짜리 달 분진이 익명의 수집가에게 44만2500달러(약 5억원)에 낙찰된 것이었다. 이처럼 비싼 월석이 그동안 받은 대우는 형편없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세스쿠도 친선월석을 받았는데 그가 동구권 시민 혁명의 와중에 처형된 뒤 누군가 이를 훔쳐갔다고 BBC는 전했다. 아일랜드는 더 황당하다. 더블린의 한 천문대에서 화재가 난 뒤 뒷정리를 하면서 버린 쓰레기 속에서 친선월석이 발견된 것. 구타인즈는 “더블린의 쓰레기 매립지에 500만달러가 굴러다니고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