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농어촌이 미래다 ‘그린 라이프’] ‘한라봉’ 최초 재배한 농사꾼 문태전씨 이번엔 ‘카라향’으로 도전장

출하시기 두 달 늦은 ‘나쓰미’ 품종 재배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문태전(68·서귀포시 강정동)씨는 도전하는 농사꾼으로 통한다. 20년 전 원산지 일본에서조차 거의 용도 폐기된 ‘부지화’를 ‘한라봉’으로 이름 붙여 최고의 과일로 만들었다. 한라봉이란 브랜드도 자신에게 언제나 힘이 돼 준 한라산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그는 한라봉보다 출하 시기가 두달쯤 늦은 ‘카라향’ 품종 재배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씨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줄곧 농사만 지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각종 화초, 열매 등으로 거름을 만드는 노하우를 익힌 덕택에 한라봉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주최하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여는 1000인’에 뽑혔고 산업포상도 받았다. 명성과 부를 한꺼번에 얻었지만 그의 도전에는 쉼표가 없다.

국내 처음으로 ‘한라봉’ 재배에 성공한 문태전씨가 자신의 독특한 농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제공
문씨는 일본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해 특허등록에 실패한 ‘나쓰미’ 품종 재배를 시작했다. 한라봉, 천혜향 등이 4월에 출하되는데 나쓰미는 그보다 한두달 늦다. 문씨는 “특허 등록이 안 됐으니 로열티 문제도 없다”면서 “사시사철 감귤을 맛볼 수 있고, 당도도 높은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도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카라향’으로 등록한 나쓰미 재배의 특징은 유기농 재배다. 그는 풀과 경쟁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나름의 재배법 개발에 성공했다. 문씨는 “나무와 풀이 경합하지 않고 풀이 우거져도 불편하지 않은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적합한 풀을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끝에 감귤나무에 공생할 수 있는 풀을 발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람의 몸에 해로운 농약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주위에 온갖 약재가 널려 있다는 점에 눈을 돌렸다. 멀구슬나무 열매와 협죽도에 주정을 섞어 1년가량 숙성시킨 무공해 살충제도 그중 하나다. 문씨의 재배 기법 중 탁월한 또 다른 특징은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름값이 재배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감귤 재배 농가로선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그는 “하우스 감귤 농사를 지은 지 30년이 됐는데 기름값 부담이 항상 있었다”며 “기름값 부담이 없는 품종을 찾다 보니 나쓰미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귀포=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