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업스만 교환하실 분은 쪽지 주세요.”회원 수가 20여만명에 이른다고 알려진 인터넷의 한 음란 사이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이 사이트의 ‘훔쳐보기’ 게시판에는 ‘업스커트’라고 불리는 치마 속 몰카 사진만 수천장이 올라와 있다. 여고생 치마 속을 찍은 사진도 상당수다.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여성의 맨다리를 찍은 사진이나 좌석버스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의 다리를 촬영한 것도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이 사이트는 경찰이 벌이는 ‘음란물과의 전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성업 중이다.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당국의 추적을 피해 운영 중인 음란·선정 사이트는 수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원회에서 ‘해외 서버 음란·선정 사이트’를 차단한 건수도 2009년 1475건에서 지난해 3998건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지난 상반기까지 1494건을 기록했다.
국내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위원회에서 삭제나 이용해지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해외 서버 사이트는 이 같은 조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원회 관계자는 “자체 조사나 제보를 통해 발견한 해외 서버 음란 사이트는 심의를 거쳐 차단 조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차단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음란 사이트인 S사이트의 경우 당국의 조치를 비웃듯이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바뀐 주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된다. 얼마 전 운영자가 붙잡힌 성매매 알선 사이트도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주소를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돼 4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음란 사이트들은 학생·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왜곡된 성문화와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치마 속 몰카’, ‘성매매 알선’ 등 불법행위는 물론이고 ‘부부교환 성관계’ 등 변태적 성행위도 조장하고 있다. 18∼19세의 어린 청소년들이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소설, 무비 게시판’에는 아동·청소년이 성관계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치마 속 몰카가 이 사이트에 있는 것을 안 여고생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여성들은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이러니 성범죄가 많은 것이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지만 그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경찰은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트는 운영자도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며 “국내에 살면서 사이트 내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원상 부연구위원은 “음란 사이트의 해외 서버를 가진 국가와 공조 수사를 펼쳐야 운영자를 잡을 수 있지만, 그 나라에서 음란 사이트가 불법이 아닌 경우에는 이마저도 어렵다”며 “국제적인 사이버범죄 감시 협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