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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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당한 경찰… 경희궁 앞마당서 오토바이 운전연습

서울청 소속 교통경찰 20여명
교통 표시물 세워놓고 코너 돌기
시민 불편… 구청 허락도 안받아
경찰이 주요사적인 경희궁 내에서 오토바이 운전연습을 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교통경찰 20여명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희궁 내 숭정문 앞마당에서 오토바이 3대를 타며 운전연습을 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희궁 숭정문 앞마당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경찰들이 오토바이 주행연습을 하고 있다.
교통순찰대 소속인 이들은 앞마당 절반을 차지하고 라바콘(차선 구분 등에 쓰이는 고깔 모양의 교통 용품)을 세워놓은 채 코너 돌기 연습을 했다. 주요 문화재이자 시민의 쉼터인 고궁 앞마당은 순식간에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오토바이 연습장’이 됐다. 고궁을 찾은 시민들은 이들을 피해 길 가장자리로 돌아갔다. 경찰의 ‘황당한 주행연습’은 경희궁공원을 관할하고 있는 종로구청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뤄졌다.

종로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경찰이 주행연습을 한다고 사전에 협조를 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 화재 예방 등을 위해 소방 훈련을 할 때 소방서 측에서 협조 요청을 한 적은 있어도 경찰이 협조를 구한 적은 없다”며 “고궁 앞에서 주행연습을 하는 것은 문화재 관리나 시민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공원관리소에도 연습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희궁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지난 1월 20일부터 근무했는데, 연습하는 것을 3번 정도 본 것 같다”며 “연습 사실을 통보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음도 심하고 시민들도 불편을 하소연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네이버지도 화면 캡처
경희궁은 1617년 창건돼 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고궁이다. 조선의 제19대 임금인 숙종이 태어난 곳이자 제22대 임금 정조가 즉위한 곳이기도 하다. 사적 제271호로 지정돼 있다.

경희궁 숭정문 앞마당은 지난해 관광버스가 상습적으로 주차를 했다가 문화재 훼손 지적을 받았다. 당시 종로구는 관광버스 주차를 금지한 이후 민간차량 등이 주차와 통행을 할 수 없도록 관리해 왔다.

연습현장에 있던 경찰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교통순찰대의 한 경찰은 “원래는 안양천에서 연습을 하는데, 최근 17명이 한꺼번에 전입을 와서 급하게 연습을 해야 했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이곳을 활용했다”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병욱·오현태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