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정범·김복산 3인은 조선시대 궁중음악을 관장한 관습도감에 속한 연주자였다. 이들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지만 빼어난 가야금 솜씨로 인정을 받았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세종은 이들을 특히 아꼈다고 한다.
책은 조선시대에 태어난 장애인 66명을 발굴해 각종 문헌에 나타난 그들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우리한테 익숙한 세종·선조·숙종 등 임금들도 포함시킨 점이 이채롭다. 저자들에 따르면 세종과 숙종은 시각장애를 앓았고, 선조는 극심한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조선 중기에 영의정을 지내며 임진왜란 수습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이원익(1547∼1634)은 키가 1m가 조금 넘는 왜소증 환자였다. 요즘 같으면 외모로 차별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저자들은 각종 자료를 섭렵한 뒤 “불이익을 당한 흔적은 없고, 오히려 아주 안정적인 관직 생활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옥분(1892∼?)은 구한말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교사의 눈에 띈 하층 여성이다. 동상에 걸려 두 손과 왼쪽 발을 절단한 지체장애인이었으나, 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은 추천사에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이 조선시대에 빛나는 업적을 이룬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라고 적었다.
소설가 조정래씨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펼쳐 보여주는 장애인들이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한 삶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책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