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가슴 따뜻했던 최혜정 선생님"

 '2학년 9반 김○○, 위 학생의 외출을 허락합니다'

17일 새벽 세월호 선체 밖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안산 단원고 2학년 9반 담임 교사 최혜정(24)씨가 9반 생존자 김모(18)양에게 수학여행 출발 3시간 전에 써준 외출증 내용이다.

"안경을 집에 두고 왔다"며 불안해하는 김양에게 직접 외출증을 써 건네며 다독인 최씨는 그 누구보다 이해심 많고 배려 깊은 교사였다.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도 최씨는 3층 내 별도 공간에 있었던 다른 교사들과 달리 실종된 2학년3반 담임 김초원 교사와 함께 학생들이 탑승한 4층 선미 부분에 앉았다 변을 당했다.

16일 구조된 생존자 김모(17·2학년 5반)군은 "너무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탓에 학생들을 한번도 심하게 질책하는 일이 없었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아꼈고 잘 가르친다는 소문도 났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단원고 한 교직원은 "늘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그 성격 때문에 16일 침몰 당시에도 아마 아이들을 먼저 챙기다 자신은 미처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애석해 했다.

동국대에서 역사와 영어를 복수 전공한 최씨는 재학 중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 사범대 수석 졸업과 함께 지난해 3월 공립인 단원고 교사로 임용됐다.

올해에도 2학년 담임과 함께 실용영어 과목을 맡았던 최씨는 한때 공군장교를 꿈꿨던 열정을 그대로 학생들의 지도에 쏟았다.

윤성규 단원고 행정실장은 "최근 부임했던 교사들 중 성실성에서 최고였다. 교육열과 교육철학 또한 남달랐다. 왜 이런 훌륭한 교사를 잃어야 하는 건지 너무 황망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의 아버지 최재규씨도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들도 교무실에 찾아와 품에 안기고 갈 정도로 제자들도 딸을 무척 따랐다고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7일 오전 진도를 떠난 최씨 시신은 오후 안산 단원병원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