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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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기준 현실에 맞게 적용하니 잠재실업자 4배 늘어

일자리정책 ‘헛다리’ 논란
정부가 고용통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자 잠재실업자가 이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잠재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일자리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청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남정탁 기자
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잠재실업자는 164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42만5000명에 비해 3.9배로 늘었다. 잠재실업자의 급증은 올 1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잠재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55만8000명에 비해 두 배 가까운 92.3%가 늘었다. 2월엔 130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4배 3월은 161만5000명으로 3.4배 증가했다. 공식 통계상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잠재실업자는 취업희망자이면서 취업가능성이 있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와 개인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를 말한다. 같은 조건에서 최근 1년간 구직활동을 한 구직단념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조사대상주간 기준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자가 실업자로 잡히는 것과 구분된다.

이처럼 잠재실업자가 크게 는 것은 통계청이 새로운 통계지표인 노동 저활용(Labour underutilization) 지표를 만들면서 구직단념자 기준을 기존보다 더 넓혔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기존 조사에서 취업 의사가 있으나 지난 1년간 구직활동을 했을 경우 구직단념자로 분류했다. 이에 행정고시나 사법고시 등 국가시험 준비생,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생 등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준비’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들처럼 당장 취업의사가 없더라도 취업 준비를 할 경우에는 구직단념자로 분류됐다.

이에 잠재실업자를 포함한 실업률을 산출하면 정부 공식 실업률보다 두 배 이상 커진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정부 공식 실업률은 3.5%, 4.5%, 3.9%, 3.9%였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잠재실업자를 포함한 실업률은 7.3%, 9.1%, 9.5%, 9.4%로 훨씬 높다.

하지만 정부는 공식 실업자와 실업률 등만을 고려해 최근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 경우 잠재실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 기재부는 지난 4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4월에도 60만명에 근접한 취업자 증가를 시현하는 등 고용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집계하는 실업률 기준은 너무 협소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최근 고용동향은 양적인 측면에서 좋아지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