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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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서 웬 수도·전기요금이…유대균 검거작전

경찰, 유대균 수행원 동생의 빈 오피스텔에 주목
 경찰이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를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저인망식 감시가 결국 통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유씨 부자 검거를 위한 '경찰 총괄 TF'는 대균씨의 수행원 등 도피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소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이용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왔다.

그동안 유씨의 도피 행각과 경로 등을 보면 유씨는 구원파 신도보다는 그의 개인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도 등 대도시에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경찰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수행원 하모씨의 동생이 소유한 용인 수지의 한 오피스텔 7층 방이었다.

하씨의 여동생이 2007년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써 낸 주소가 그곳이었는데, 여동생의 실제 주소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 오피스텔에는 하씨가 살고 있지 않았다. 경찰이 파악하기에는 하씨는 5월 초까지만 그곳을 사용했다.

하지만 수도요금과 전기료는 계속 나왔다. 하씨 외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경찰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주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7층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고, CCTV에서도 7층에서 내리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내밀며 하씨를 추궁했다.

하씨는 "구원파 신도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뿐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술을 접한 경찰은 오피스텔 주변에서 잠복하며 동태를 살폈고, 이날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이 오피스텔을 에워쌌다.

유병언씨 시신에 대한 정밀 부검 결과가 발표돼 아들인 대균씨의 심리 상태가 불안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당국의 협조도 구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출동해 오피스텔 주변 지상에 매트리스를 깔고 외벽에는 고가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췄다.

이날 오후 5시 경찰관들의 본격적인 검거 작전이 시작됐다.

오피스텔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었고, 경찰은 열쇠 수리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대균씨는 침묵을 깨고 문을 잡은 채 경찰과 승강이를 벌였다.

두 시간이 지난 오후 7시쯤 "문을 부수겠다"는 경찰의 엄포에 대균씨는 지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와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그의 옆에는 줄곧 그를 따라다녔던 '신엄마'의 딸 박수경(34)씨도 함께 있었다.

방에서는 TV 등 가구는 없고 대균씨의 오랜 도피생활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짐과 현금 1천만원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 4월 말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균씨를 체포하려고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에 들어간 5월 13일에 이미 그는 이 오피스텔에 은신하고 있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