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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자 우편검열 '法 위의 검찰'

세계일보 기자에 ‘뒷돈 검사’ 제보한 등기 몰래 뜯어봐
명백한 불법… 논란 일자 “직원 실수” 군색한 변명
검찰이 현직 검사 비리를 취재 중인 세계일보 기자에게 배달된 우편물을 불법으로 열어보는 등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우편물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원 및 제보 내용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지난 10일 세계일보 박모 기자를 수취인으로 한 등기우편물을 임의로 대리수령했다. 지난 7일 모처에서 발송된 등기 우편물에는 모 지방검찰청 A차장검사의 부인이 한 국가유공자단체 간부로부터 유럽여행 경비 명목으로 100만원 등을 받아간 것과 관련한 증거물이 들어 있었다. 또 우편물 겉면에는 제보자 이름과 집주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등기우편물은 배달 당일 박 기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나흘 뒤인 14일 건네졌다. 이 기간 등기우편물은 대검 운영지원과와 대변인실을 돌았다. 뒤늦게 수취인에게 전달된 우편물은 겉봉이 뜯겨졌다가 비닐테이프로 다시 봉합된 상태였다. 누군가 고의로 우편물을 개봉해 내용물을 들여다봤거나 일부러 지연 전달했을 의혹이 나온다.

검찰이 기자에게 배달된 등기우편물을 뜯어본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형법 제316조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등기우편물의 수취인을 적시한 것을 알고도 훼손했기에 기자의 취재 동향을 사찰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세계일보는 A검사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대검에 문의했다. 이 때문에 취재 내용이 노출된 상태였던 만큼 검찰이 우편물을 통해 취재 진척 상황을 파악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출입기자의 우편물을 불법으로 나흘이나 보관했고 이 과정에서 제보자 신원이 노출됐을 것”이라며 “검찰이 출입기자 동향을 감시했다고 의심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직원이 등기우편을 대리수령한 뒤 실수로 우편물을 뜯었다가 다시 봉했다”며 “직원이 그 뒤에 등기우편물을 박 기자에게 전달하는 걸 잊고 있다가 뒤늦게 전달했고, 내용물은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