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사고 당시 불길 속에서 다섯 살 아들을 온몸으로 감싼 채 구조됐던 나미경(22·여)씨가 끝내 숨졌다. 나씨는 입양아 출신으로 다섯 살 아들을 홀로 키우던 20대 어머니여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1시15분 서울지역 모 병원 중환자실에서 화상 전문치료를 받던 나씨가 숨졌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지 2주 만이다.
나씨는 화재 당시인 지난 10일 아침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불길 속에서 다섯 살배기 아들을 안고 구조됐다. 온몸에 검둥이 묻은 채였다. 아들은 살렸으나 자신은 전신 화상을 입어 서울의 한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아이는 갈 곳이 없었다. 아이를 맡아줄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씨는 어릴 적 고아가 돼 입양됐다.
결국 어린 아들도 엄마처럼 혈혈단신의 고아가 됐다. 현재 아이는 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맡고 있으며, 의정부시는 앞으로 이 아이를 보호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스물두 해의 짧은 생애를 마친 나씨의 시신은 25일 발인하고 마지막 길을 떠났으나 고인이 보여준 모성은 깊은 울림을 낳고 있다.
아이는 이제 갓 다섯 살인데 혼자가 된 운명이다. 의정부시청 등에는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부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 목회자 가정이라고 밝혀온 한 부부 등이 입양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며 잇달아 방법을 물어왔다.
의정부지역의 한 치과에서는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무료 진료를 해주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시민들의 성금 행렬 또한 뒤따랐다. 한 포털사이트의 기사 댓글난에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이도 씩씩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젊은 나이에도 5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분은 정말 사셨어야 하는데’라는 등의 추모 글이 이어졌다.
의정부=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온 몸으로 불길 막아 아들 살리고 세상 뜬 엄마
기사입력 2015-01-25 19:09:15
기사수정 2015-01-26 09:17:40
기사수정 2015-01-26 09: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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