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지난 25일 오후 비가 내리자 충북 청원군 오송읍의 한 방죽에서 새끼두꺼비 수만마리가 서식지로의 대이동을 시작했다. |
구체적인 사업명은 구룡산 도시생태계 서식지 구축이다. 이 예산은 개발과 생태계 보전을 둘러싼 갈등 조정의 산물이다.
'두꺼비 서식지'로 유명한 구룡산 아래쪽에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개발업자와 생태 환경 파괴를 이유로 이를 막으려는 환경단체(구룡산살리기시민대책위원회)가 맞서자 시가 개입, 중재를 이끈 것이다.
지난해 7월 합의된 중재안은 크게 전원주택 축소(12채→8채), 대책위가 1필지 매입, 도시생태계 서식지 구축이었다.
맨 마지막은 시가 애초 전원주택 개발 대상지였던 청주지방법원 뒤 구룡산 골짜기 내 사유지를 사들여 8천56㎡ 규모의 두꺼비 등 양서류 서식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풀잎 속 새끼두꺼비 지난 25일 오후 비가 내리자 충북 청원군 오송읍의 한 방죽에서 새끼두꺼비 수만마리가 서식지로의 대이동을 시작했다. |
시의 뜻대로 지난 10일 두꺼비 대체 서식지 복원사업이 생태계 보전협력금 반환사업에 선정됐다.
시는 밭으로 쓰이는 사유지(6필지 6천806㎡) 보상을 마친 뒤 다음 달까지 해당 토지를 환경부에 제공할 예정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이미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원서 새끼두꺼비 대이동 시작 지난 25일 오후 비가 내리자 충북 청원군 오송읍의 한 방죽에서 새끼두꺼비 수만마리가 서식지로의 대이동을 시작했다. |
'대체 서식지'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400m 정도 떨어진 원흥이방죽이 두꺼비 산란지의 기능을 사실상 잃었기 때문이다.
구룡산은 원래 '두꺼비 천국'이었다.
산남3택지개발 사업이 벌어지기 전까지 최소 500마리의 성체가 살았다.
반경 2km를 서식 공간으로 구룡산 3, 4부 능선에서 살았던 두꺼비들은 원흥이방죽에서 산란했다.
회귀 본능을 지닌 두꺼비들이 알을 낳기 위해 이 방죽으로 몰려가는 장면과 방죽에서 자란 새끼들이 산으로 기어올라가는 '두꺼비의 대이동'은 생명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산란 위해 이동하는 청주 구룡산 두꺼비 청주시 구룡산에 서식하는 두꺼비 암수 한 쌍이 25일 오전 산란을 위해 인근 산남3지구 두꺼비 생태공원의 원흥이방죽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래쪽 덩치가 큰 두꺼비가 암놈이다. 청주지역 환경단체인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이날 원흥이방죽 부근 생태통로에서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두꺼비 12 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
방죽과 생태통로의 일조량 부족으로 산란기 수온이 개발 이전보다 1도 정도 낮아졌고, 개발 초기 콘크리트의 독성이 유입되면서 수질도 예전 같지 않았다.
전에 없던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가 날아들어 두꺼비 올챙이들을 잡아먹었다.
곳곳에 길이 나면서 '로드킬'이 수도 없이 발생했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두꺼비들은 본능적으로 산란지를 바꿨다. 산 넘어 농촌방죽 등지로 산란지를 옮긴 것이 마이크로 칩 부착 실험 결과 밝혀졌다.
개발과 등산 인구 증가로 구룡산의 생태 환경이 악화하다 보니 이 산에 서식하는 두꺼비는 150마리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주원 시 도시계획팀장은 12일 "대체 습지가 조성돼 생태환경이 좋아지면 두꺼비 개체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죽으로 이동하는 청주 두꺼비 26일 오후 청주시 산남지구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에서 두꺼비 암수 한쌍(위쪽이 수컷)이 산란을 위해 산란지인 원흥이방죽으로 이동하고 있다. |
오히려 지금이 '구룡산 살리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처장은 "두꺼비가 10년, 50년, 100년 등 계속 존속하려면 논과 밭, 습지 등 산란지를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촌방죽 일대 다랑논 보존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인 모금 등을 통해 자연과 문화 자산을 보전·관리하는 환경운동인 트러스트를 가동, 다랑논 등을 사들이고, 구룡산 숲 생태계 복원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농민들에게 친환경 쌀 재배를 유도, 이곳에서 생산된 쌀을 도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주시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원흥이생명평화회의 활동을 통해 두꺼비 생태공원과 생태문화관 조성을 이끈 것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구룡산 살리기 운동 1라운드였다면 원흥이방죽 대체서식지 조성은 2라운드였고, 이제 3라운드가 막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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