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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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대기업이 상품 속여 팔아도 되나요?

고객이 쓰던 중고 가방, '스크래치 상품'으로 속여 팔아

"유명 대기업에서 이렇게 상품·직원 관리를 하다니, 동네 구멍가게도 이렇게 하진 않습니다. 이 회사는 인터넷에서는 '중고' 상품을 판매하나요? 고객에게 나가는 상품 검수를 하긴 합니까?"

주부 A씨는 지난 10일 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패션전문 쇼핑몰을 탐색하던 중 '미세한 스크래치가 있어 50%할인 판매한다'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는 L사의 여행용 캐리어(이하 가방)를 주문했다.

그런데 배송 받은 가방을 본 아들로부터 '가방이 중고 같다'는 얘길 들은 A씨는 뭔가 미심쩍어 가방 곳곳을 살펴봤다. 그는 "가방 표면은 수화물에 던져 생긴 자국이 있었고 바퀴는 닳아 있었으며, 바퀴 주변은 아스팔트에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 황당한 건 가방에 붙은 낯선 이의 네임택(Name Tag)이었다고 A씨는 밝혔다. 그는 "<최**, 연락처 010-****-****> 최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쓰던 중고 가방을 우리집에 보냈다"며 "심지어 가방 안에는 말린 꽃잎과 같은 선물도 들어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도대체 고객을 얼마나 호구로 봤으면 이런 것을 보낼 수 있냐"며 "회사 관계자는 고객을 호구로 보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며칠간 200만원 가량의 상품을 구매했는데 내가 구매한 상품 중 그런 중고를 도대체 몇 개나 보낸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즉, A씨의 주장대로라면 사측에서 다른 고객이 쓰던 중고 가방을 스크래치 상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것이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고객센터에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쇼핑몰 온라인 게시판에 가방 상태를 찍은 사진 3장과 함께 이런 상황을 적어 올린 뒤 연락처를 남겼다.

A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죄송하고 박스를 하나 보내줄테니 가방을 반품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환불도 필요 없고 그냥 됐다’는 얘길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렇게 대응하는 직원과 통화를 하고나니 더 화가 나고 불쾌하다"며 "앞으로 이 회사 상품은 절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